"태풍이 항구 전체를 닫아버리면 우리는 출동한다."
엄청난 폭풍우와 성난 파도, 극한의 추위를 이겨내며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해내는 미국 해안경비대를 소재로 한 영화 '가디언(2006)'의 대사다. 그저 멋을 부린 할리우드식 대사로만 기억되었던 이 말이 부산해양경찰서 122 해양경찰구조대 대원들에겐 자부심과 긍지를 대변하는 말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래서 구조대 사무실 가운데에는 이 말이 성경구절처럼 쓰여져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해양경찰구조대와 해양긴급신고전화 122. 하지만 출범한 지 벌써 2년이 된 122 해양경찰구조대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 13개 해양경찰서에 총 96명의 구조대원이 활동하고 있다.
특수해난구조와 해상특수범죄 진압에서부터 여름철 해수욕장 안전관리까지 폭 넓은 업무를 담당하는 122구조대원은 대부분이 해군 SSU, UDT, 육군 특전사 출신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2년에서 5년을 준비해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을 만큼 해양경찰 잠수특채는 어렵기로 소문이 나있다. 2007년 7월 2일 발대식을 가진 이래 지금까지 선박 188척과 조난자 417명을 구조하는 등 구난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것도 이처럼 최정예 대원들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해수욕장 안전관리업무를 시작한 부산해경 122구조대는 구조대의 이름이자 긴급신고전화인 122를 알리는데 더욱 노력하고 있다.
김중식 부산해경 122 구조대장은 "주5일제 근무와 동호회 활동 등으로 해양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해양긴급신고전화인 122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번호인 122가 국민들의 삶 속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피서철 바닷가 인명사고로 부터 보다 안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해양경찰청은 그동안 해수욕장 인명구조와 구급을 소방본부에서 전담해왔지만 이젠 해수욕장 안전관리까지 해경이 맡아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해수욕장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족한 해상안전관리요원의 충원을 위해서는 부산해경 전직원이 연가보상비를 반납해 5억8천만원을 모았다. 윤판용 부산해양경찰서장은 "우리가 모은 돈은 일자리 나눔의 효과도 있지만 그보다 피서객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우리 해경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바닷가에서는 항상 122를 기억해줄 것을 당부했다.
부산=조영호 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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