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문을 열고 내리던 한 아가씨가 거스름돈을 돌려받는 그 사이에 셀카를 했다. 발 한쪽을 차밖으로 막 내딛는 그 포즈를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을 좀 지체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뒷차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사람들의 눈총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아가씨는 사진을 다 찍고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났다. '셀카'란 다 알고 있듯이 '셀프카메라'를 뜻하는 신어(新語)이고 그것의 동사형은 '셀카하다'이다.
아무래도 셀카 열풍이 분 것은 셀카 기능이 추가된 핸드폰의 영향인 듯하다. 재작년 겨울 갓난아기와 단 둘이 앉아있다가 하도 심심해서 셀카를 한번 해보았다. 손이 조금 흔들렸고 핸드폰의 카메라는 미세한 흔들림까지도 포착해냈다. 무수한 사선으로 나타난 손떨림의 흔적 뒤로 거무스레한 형체가 떴는데 도저히 내 얼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 뒤로는 아예 그 기능은 무시한 채 핸드폰을 사용해왔다.
이젠 유원지에서도 사진 좀 찍어주겠느냐고 부탁해오는 이들이 없다. 대신 풍광이 좋다는 곳 앞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독특한 셀카 포즈를 취한다. 올 봄 마을버스에서의 일이다. 내 앞에 중국교포로 보이는 내 또래의 여성이 곱게 화장을 하고 앉아 있었다. 부시럭부시럭 핸드폰을 꺼내든 그녀는 전화를 하리라는 내 기대와는 달리 셀카를 찍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셀카 찍는 요령을.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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