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정국 격랑의 중심에 다시 섰다. 이번에 위치한 곳도 여권 내 주류 진영의 정치 논리와의 대척점이다.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또 나온다. 하지만 이번엔 정책 현안에 대한 '박근혜표 정치'의 시작이란 의미가 담겼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해 여야 간 합의처리를 강조한 데 이어 강행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과의 협상 종료를 선언한 뒤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해 온 당 지도부, 미디어법 처리를 통해 정국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청와대의 입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친이 진영에게 공개 경고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충청권 총리론, 한나라당ㆍ자유선진당 연대론, 친박 의원 입각설, 9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 등 박 전 대표에겐 달갑지 않은 설들이 난무한다는 점에서다. 박 전 대표 측에선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이 대통령이 그간 박 전 대표를 배척하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런 해석을 자초했다고 본다.
여당 내 야당 행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의 직격탄을 피하는 동시에 대안 세력으로 부각되는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자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현실을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란 추론이 깔려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에선 이번 행보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책 현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데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디어법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한 측근의원은 "여야 합의처리를 강조하면서 여론 독과점 해소책을 내놓음으로써 당장의 파국도 막고 협상의 물꼬도 트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박 전 대표가 경우에 따라 직권상정을 통한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이 여론 독과점 방지책으로 박 전 대표가 제안한 '매체합산 점유율'을 협상카드로 내놓은 등 성의를 보였는데도 민주당이 이를 거부할 경우다. 다른 측근의원은 "때로는 정부ㆍ여당에 비판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야당에게 단호할 수도 있는데 그 기준은 언제나 민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사모는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 불매운동을 공언하고 나서 주목된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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