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은 20일에도 미디어법의 직권상정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발언수위는 한층 높았다. 6월 임시국회 회기가 25일로 임박한 상황에서 김 의장의 결심이 직권상정 쪽으로 움직여가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김 의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요체는 기존 방송의 기득권을 인정해준 뒤 새로운 세력이 방송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김 의장은 나름대로 방송법 개정의 방향을 제시했고 이 기준을 충족하면 직권상정 수순을 밟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한나라당이 제시할 미디어법의 최종 수정안이 직권상정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체로는 직권상정 명분쌓기라는 시각이 훨씬 강하다.
김 의장이 협상 중재 용의를 밝히면서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며 지난 3월 여야간 합의된 '6월 국회 표결처리'가 협상의 토대임을 거듭 강조한 대목도 직권상정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파장아 컸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미디어법 입장에 대해 김 의장이 "내 평소 주장과 비슷하다"고 말한 것은 박 전 대표가 막판 직권상정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김 의장은 또 "본회의장 단상 점거는 용납할 수 없으며 단상을 점거하면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면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사안은 사회적 합의가 안 되는 만큼 국회가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상 점거 시 경위권 발동을 시사하는 한편 직권상정의 논거를 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에 근접해 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나 그렇다고 딱히 D데이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여야가 20일 심야 협상에 이어 21일에도 협상을 계속키로 하는 등 막판 변수도 남아 있다. 때문에 김 의장의 직권상정 압박은 여야의 비타협적 자세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지 현실화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은 무기한 극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도 김 의장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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