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녹색경영'의 닻을 올렸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 변화 비즈니스가 이제 환경 규제 차원을 떠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지구환경 보호와 적극적인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녹색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한국일보 7월20일자 1면 참조)
이윤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친환경 제품 출시 확대, 온실가스 감축, 고객에 새로운 가치 제공 등 인류 사회와 지구 환경을 배려하는 창조적 녹색경영을 추진, 2013년 존경 받는 글로벌 톱 녹색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2013년까지 친환경 제품 개발 및 저탄소 녹색 사업장 구축에 총 5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소비ㆍ대기 전력 감축으로 에너지효율도 40% 이상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8,400만톤 이상 줄인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기준 이상의 친환경 제품인 '굿 에코 제품' 출시율도 현재 50% 수준에서 100%로 확대키로 했다.
녹색 정보기술(IT)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아 향후 녹색 성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삼성은 1996년 '삼성 녹색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녹색경영과의 인연이 깊다. 지난 1월 사상 최대 규모로 단행된 사장단 인사 후 첫 사장단협의회도 '그린 비즈니스'를 화두로 삼았다.
지난달엔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삼성의 녹색경영-녹색성장을 위한 미래비전'이라는 책도 냈다. 삼성 관계자는 "녹색경영을 통해 먼저 무사고 사업장을 구현한 뒤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제품 및 기술 등을 개발함으로써 창조 경영을 구현하고, 나아가 녹색 사회 구축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 삼성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도 녹색경영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제품 생산과 사용 단계에서 총 21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데 이어, 2020년까지 제품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연간 3,000만톤씩 줄이기로 했다. LG전자는 또 2012년까지 주요 제품의 효율을 2007년 대비 약 15% 향상시켜 제품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도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내다 파는 청정개발체제(CDM)도 기업의 미래 수익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는 온산공단의 질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를 분해 처리해 연간 약 28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권(CERs)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상사도 최근 LG디스플레이 구미 6공장의 LCD 제조 공정 특성에 맞는 기술을 자체 개발, 유엔으로부터 탄소배출권 사업 방법론 승인을 받았다. 삼성에버랜드도 경북 김천의 2만6,000㎿급 태양광발전소에 대해 최근 탄소배출권 등록을 신청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제조 및 사용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상품에 대한 규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이제 녹색경영은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녹색경영은 앞으로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