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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검찰총장 임명 방식 바꿔라

입력
2009.07.1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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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게 사상 초유라는 말은 너무 낯익다. 세간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져 잊혀질 만하면 어김없이 변고가 생겼다. 검찰 간부의 비리ㆍ독직, 검찰총장의 중도하차, 권력과의 갈등 등 내ㆍ외부 요인에 의해 조직이 요동칠 때마다 사상 초유라는 말은 늘 검찰을 따라 다녔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불명예 사퇴로 야기된 검찰 지휘부 전원 공석 사태도 그렇다. 대검과 일선 고검 모두 직무 대행자가 업무를 처리하는 체제는 전례 없는 일이다. 청와대가 원점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를 물색ㆍ검증한다니 언제쯤 이 불안정한 상태가 해소될지 기약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개점 휴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형국이다.

검찰 독립 저해하는 낙점 인사

검찰을 무기력증 환자로 만든 1차적 책임은 물론 천 전 후보자에게 있다. 검찰총장을 목전에 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뒤에도 자신과 주변 인사 관리에 엄격하지 못함으로써 조직에는 대혼란을, 후배 검사와 검찰 직원들에게는 자괴감을 안겨준 책임이 크다. 검찰 고위 간부로서 그의 처신은 상궤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지인 사업가에게서 거액을 빌려 아파트를 매입한 과정을 보면 그가 검찰총장 자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거나, 애초부터 욕심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러나 파문의 초점을 천 전 후보자 개인에만 한정하거나, 그의 사퇴로 파문을 덮으려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비켜가려는 미봉에 불과하다.

언론 보도를 보면 천 전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낙점했다. 이는 대통령이 천 전 후보자가 이끌 검찰에 원하는 절실한 무언가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언론의 분석과 천 전 후보자의 공안 이력, 용산 참사 등 공안 사건 처리 결과 등에 비춰 볼 때 대통령은 새 검찰총장이 임기 2년 동안 보수 정권을 흔드는 세력에 확실히 대응해줄 것을 원했을 것이다. 천 전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취임해 자신을 발탁한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검찰총장 후보자 직접 지명과 임명은 법이 정한 권한 행사다.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 철학과 코드가 맞고, 정권 유지를 위해 도움이 될 만한 검찰 간부를 검찰총장에 앉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청와대의 극소수 참모만 아는 깜짝 발탁으로 'MB맨' 검찰총장을 탄생시켰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검찰 독립을 요원하게 하는 부작용을 수반했을 것이다.

과거처럼 검찰총장이 직속 부대인 대검 중앙수사부를 동원해 표적 수사, 정치 수사를 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새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도 이것은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문제다.

깜짝 발탁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그로 인한 검찰의 권력 예속화를 경계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일방적 지명에 의존하는 검찰총장 인선 방식이 유지되는 한 검찰이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정치권이나 권력 핵심부의 입김을 배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평검사들이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칠 때, 검찰 고위 간부들이 대통령의 낙점만 기다리는 이 웃지 못할 부조화를 해소할 방안이 없으면 검찰은 언제까지나 '권력의 시녀' 노릇밖에 할 수 없다.

임명 과정에 통제 장치 둬야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 어느 정도의 제도적 통제 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를 두어 검찰 내ㆍ외부 인사 가운데 복수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토록 하거나,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에 불과한 검찰인사위원회를 격상시켜 그 역할을 맡게 하는 방안은 현 시점에서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

권력의 의중이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오직 법의 정의만 생각하고 의지하는 검찰총장의 탄생은 검찰 독립의 전제다. 검찰 개혁 차원에서 검찰 독립 확보 방안의 하나로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인 만큼 실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대통령이 검찰 독립에 대해 어떤 철학과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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