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해 설치를 시작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첫 우주실험동 '기보(希望)'가 19일 완성됐다. 이로써 일본은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캐나다에 이어 ISS에 실험 시설 보유국이 됐으며 자력으로 우주 실험이 가능한 우주 실용화 단계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3월 선내보관실, 6월 선내실험실 설치에 이어 이날 마지막으로 장착된 시설은 이틀 전 우주비행선 인데버에 실려 ISS에 도착한 선외 실험 플랫폼. 3월부터 ISS에 장기 체재 중인 일본인 우주비행사 와카타 고이치(若田光一)씨가 지상 우주센터의 지원을 받아가며 인데버 화물칸에서 꺼낸 플랫폼을 로봇팔을 조작해 5시간 반 정도만에 선내실험실에 결합했다. 이로써 기보는 11.2m 길이의 원통형 선내실험실을 중심으로 전체 20여m에 이르는 실험동 모습을 완성했다.
이후 쓰쿠바우주센터 관제실에서 3시간에 걸쳐 27가지의 지령커맨드를 보내 전력, 통신제어, 열제어 등을 차례로 가동시켜 오전 11시23분에 정상 작동을 확인했다고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밝혔다. 선외실험플랫폼은 10곳에 다양한 실험장치를 부착해 ISS 외부의 우주공간에서 지구 및 천체관측, 환경계측, 통신, 이공학실험, 재료실험 등을 진행한다.
이번 우주실험동 완성은 인공위성 발사와 운용을 중심으로 해온 일본의 우주 개발 수준을 우주공간에서 자력으로 적극적인 실험이 가능한 우주의 실용화 단계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일본은 곧 귀환하는 와카타 비행사에 이어 12월에 노구치 소이치(野口聰一) 비행사를 6개월 체재 계획으로 보내는 등 매년 일본인 우주비행사를 ISS에 장기 체류시키며 각종 우주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보는 개발을 시작한 1985년부터 24년에 걸쳐 약 7,600억엔(10조2,300억원)이 투입됐다. 앞으로 운용에도 최소 15년에 연 400억엔이 들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9월에는 첫 무인 보급기 HTV도 발사한다. 2010년 미국의 디스커버리호 퇴역 이후 그 임무를 이어 받아 우주비행사의 생활용품과 우주정거장 보수물자, 과학실험장치 등 6톤의 화물을 실어 나를 HTV는 길이 10m, 직경 4.4m 규모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신형 로켓 H2B에 실어 2015년까지 매년 1기씩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일본은 우주의 군사ㆍ산업적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우주기본법을 만든 뒤 우주개발전략본부를 통해 우주 이용 전략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우주개발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3,488억엔으로 책정했다. 2020년께는 두 발로 이동하는 로봇을 이용해 달탐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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