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국으로 돌연 유학을 떠났던 윤상(41)이 6년 만에 6집 앨범 '그땐 몰랐던 일들'로 돌아왔다. 일렉트로닉과 발라드의 앙상블, 음악적 동반자인 박창학의 아름다운 가사, 그리고 절제된 보컬로 1990년대 대중음악계의 지형도를 그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윤상.
그의 귀환은 6년간 쌓은 공부의 결과이기에 팬들은 물론 가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버클리 음대와 뉴욕대에서 뮤직테크놀로지(일종의 '사운드 마스터' 과정)를 전공하며 바쁜 일과를 보내던 그가 둘째 아이의 탄생마저 지켜보지 못할 정도로 공을 들여 세상에 내놓은 신보는 어떤 모습일까.
"공부하며 쌓였던 실험적인 음악에 대한 욕심은 지난해 발표한 일렉트로닉 그룹 '모텟'의 음반에서 다 해소했어요. 그래서 신보는 1, 2집 때 팬들이 좋아했던 감수성 넘치는 스타일로 채웠어요. 그 시절의 정서로 돌아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6집엔 테크닉을 강조한 곡이 없어요."
그는 '모텟'의 음반에 이어 연초, 후배와 동료들이 윤상의 곡들로 꾸민 앨범 '송북'을 통해서도 대중을 만난 바 있다. "1월까지 6집의 방향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송북'이 나온 후 바로 신보에 쓰려고 모았던 300여개의 데모를 다 바꾸고 겨우 음반의 뼈대를 만들어 놓으니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박창학에게 공동 프로듀싱을 부탁했죠."
6집은 80년대에 유행했던 딱딱한 드럼 소스를 쓴 '떠나자'로 문을 연다. 복고적이면서 어택이 강한 드럼연주 덕분에 분위기가 상쾌하다. 이어지는 노래들은 '이별의 그늘' 등에서 많은 청춘이 동감했던 90년대의 감성으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우울하지 않으며 긍정적신 메시지를 품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를 둔다.
"세 번째 트랙 '그때, 그래서, 넌'은 아주 슬픈 마이너 멜로디로 시작하는데, 듣고 있으면 바이올린 연주가 나올 것 같은 노래죠. 제가 단조의 곡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고, 그게 담긴 노래입니다. 그런데 곡이 길어지면 썰렁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뚝 끊었어요. 사실 어떻게 마무리할지 막막한 이유도 있었고요."
네 번째 곡 '그땐 몰랐던 일들'은 '가려진 시간 사이로'와 같이 유년기의 단상을 가사로 담았지만 멜로디는 훨씬 긍정적이고 밝다. 날카롭게 끊긴 세 번째 트랙의 후주에 이어지는 이 노래의 전주야말로 신보의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한없이 동요 같은 노래이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얹은 결과물이죠.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의 아빠가 된 후 나온 첫 앨범이라 그런지, 밝은 동심이 곳곳에 알게 모르게 배어들었어요." 이 노래는 윤상의 6살 아들과 박창학의 딸들이 함께 부른 버전으로 만들어져 열 번째 트랙에 다시 실렸다.
"버클리 음대 졸업작품으로 아이의 옹알이를 편집해 '플레이 위드 미'란 곡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 때와 비슷한 기분으로 지은 곡이죠. 아이를 키우니 점점 우울함, 부정의 정서가 사라지더라고요. 극도의 신파를 벗어나고, 아이와 들었을 때 걸리는 게 없는 곡을 만들게 되고요."
타이틀인 '그 눈 속에 내가'는 가장 전형적인 윤상 스타일의 곡. '이별 없던 세상'의 연장선에 놓인 노래로 멜로디는 감미롭고 '이사'에서 감탄했던 박창학의 그림 같은 가사가 생생하다. 일렉트로닉의 요소가 완전히 빠진 곡도 있다.
오직 피아노 반주만으로 이뤄진 '영원 속에'가 그렇다. "피아노가 줄 수 있는 화성의 느낌만으로 부르고 싶었어요. 여름에 듣기엔 좀 처지는 분위기이지만 서늘한 밤에 들으면 맛이 살아날 거에요."
여전히 '학생'인 윤상은 8월 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하지만 계속 박사과정을 밟으며 공부에 매진하긴 어렵겠다고 말한다.
"담당교수가 기술적인 분야에서 접근한 논문을 요구하기 때문에 과연 논문이 잘 통과될지 걱정이에요. 석사과정이 끝나면 완전히 돌아오려고요. 제가 미국에서 가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멀리 봐야죠. 언젠가 한국음악의 스탠더드라 불리게 된다면 바랄 게 없어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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