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 및 한국의 인구 현황' 자료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 거듭 확인시켜준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는 11.0%로, 선진국(15.9%)과 개발도상국(5.8%)의 중간 정도이다. 하지만 2050년에는 이 비율이 무려 38.2%로 높아져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노령국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출산율은 2005~2010년 1.13명으로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다.
육아비용 현금 지원하는 일본
고령화의 진행과 저출산은 경제인구의 감소 및 납세자의 축소를 의미한다. 국력까지는 모르겠지만 경제규모의 축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현역 세대의 부양 부담이 커지면서 사회 전체에 엄청난 부하가 걸리게 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한국보다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 정부가 대책 수립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1994년께부터다. '엔젤 플랜' 5개년 계획과, 뒤이은 나온 '신엔젤 플랜'은 이름 그대로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마련이 초점이었다. 이 기간 보육원에 들어간 아이들이 37만명 늘어나는 등 일견 성과가 있는 듯 보였지만 거품경제가 꺼진 후 장기 불황 때문에 저출산 추세를 막지는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2003년에는 일본 국회가 나서 저출산사회대책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총리를 좌장으로 전 장관이 참석하는 저출산대책회의를 설치했고 저출산문제 전담 장관을 새로 두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까지 출산 장려 정책에 동참토록 적극 유도했다. 이런 덕을 본 것인지 2005년 1.26까지 떨어졌던 일본의 출산율은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여 지난해 1.37까지 올랐다.
모처럼 일고 있는 출산 분위기가 불황 때문에 위축될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는 육아응원특별수당이란 것도 내놓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 4~7세의 둘째 아이를 둔 가정에 육아 비용으로 어린이 1인당 3만6,000엔(48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음 달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민주당은 아예 선거공약의 간판 정책이 육아비용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저출산대책이다. 아이를 낳으면 중학생이 될 때까지 어린이 1인당 매달 2만6,000엔을 정부가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재원은 소득세의 배우자공제, 부양공제를 줄여 확보할 방침이다. 어린이가 없는 가정에서 세금을 더 거둬 육아를 지원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나 정당의 대책 마련에 일본 사회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곤카쓰(婚活)'라는 유행어까지 낳으며 배우자를 찾기 위한 맞선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유명 연예인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습이 언론에 곧잘 소개되면서 결혼, 육아에 대한 젊은이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 출산 지원해야
일본이 이렇게 저출산 대책에 열심인 것은 지금이 아니면 인구를 늘릴 더 좋은 기회가 없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가 자녀를 가지면서 1970년대 초 제2차 베이비붐이 일었고 이들이 지금 출산 적령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한국전쟁 직후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고 이들이 자녀를 낳은 1970년대 초ㆍ중반에 2차 베이비 붐이 일었다. 일본 못지않은 과감한 정책으로 출산 인구를 늘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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