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어제 61주년 제헌절을 맞아 내년 6월까지 개헌을 마무리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지난번에도 지적했듯, 본격적 개헌 논의를 미루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 '87년 체제'의 한계에 따른 개헌의 불가피성은 충분히 거론됐다. 특히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데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까지 형성됐다. 중앙과 지방의 권력 배분에 대해서도 기본적 필요성은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급격한 사회변화에 걸맞게 새로운 가치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도 다양하게 제기됐다. 과거 정권 연장 등 정치적 이유에 따른 개헌이 국민 뇌리에 심은 부정적 인식도 이제는 많이 희석됐다.
따라서 김 의장의 제안대로 국회가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사회적 지혜를 결집한 개헌안을 도출하기에 지금처럼 좋은 기회도 드물다. 기존의 사회적 합의를 살린다면 비교적 단기간에 개헌안을 만들 수도 있어 김 의장의 '내년 6월까지' 제안이 터무니없게 들리지도 않는다.
다만 이런 진단은 어디까지나 정치 현실과 정파적 이해를 가벼이 여긴 원론적 시각일 뿐이다. 불행히도 개헌 논의의 축이 되어야 할 국회와 정치권의 눈길은 이와는 많이 다르다. 한나라당은 개헌을 서둘러야 할 이유에 대해 무감각하다. 어수선한 정국을 배경으로 들지만, 개헌 논의의 정치적 실익을 기대할 수 없는 반면 오해 소지만 크다는 게 진짜 이유에 가깝다.
반면 여당이 미디어법 등의 직권상정과 강행처리를 시도하리라고 보는 민주당은 개헌 논의가 여당의 강행처리에 따를 여론의 역풍을 완화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여야의 이런 태도는 국회 본회의장 '동반 점거'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상호 불신에서 비롯했다. 이를 풀지 못하는 한 개헌 논의는 시작도 어렵고, 시작돼도 정치 논리에 이끌려 겉돌기 쉽다. 따라서 개헌 논의의 본격화를 위해서는 여야가 의정의 일반절차에 승복, 쟁점현안을 털어내는 게 급선무다. 그 동안의 행태로 보아 여야 스스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면, 국민적 압력으로 심리적 강제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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