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토머스 우즈 주니어의 <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 (리더스북 발행)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비판한 책이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한국판 제목과 달리, 원제는 대폭락을 뜻하는 'Meltdown'.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 케인스주의를 경제학의 주류로 복권시킨 데 대한 비판을 담은 책이라지만, 부관참시도 아니고 케인스를 죽일 것까지야 있을까. 케인스가>
하지만 출판사 측은 "이슈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책의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제목을 뽑았다"며 "선정성 여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한다.
마이클 라보시에의 <마릴린 먼로의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읽다> (글로세움 발행)도 비슷하다. 원제는 'What don't you know?'이지만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대한 괴짜 철학자의 비틀어 생각하기를 담은 제목으로는 너무 밋밋해 국내 출판사가 손을 좀 댔다. 마릴린>
철학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조금 더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엄선한 제목이라고 한다. 올 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토니야 레이맨의 <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 (21세기북스 발행)는 의사소통에서 몸짓언어의 중요성을 분석한 책으로, 야릇한 한국판 제목과 달리 'The Power of Body Language'라는 무척 정직한 원제를 갖고 있다. 왜>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더니, 책 제목들이 한반도 해역만 건너면 야해진다. 재미없고 밋밋한 제목을 흥미진진하게 '변신'시키려는 출판사들의 노력을 무턱대고 흘겨볼 필요는 없겠다. 화끈한 제목이 아니었더라면 못 보고 지나쳤을 좋은 책들도 적잖이 있다. 하지만 좋은 책, 적절한 제목이 선정적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너무 많이 눈에 띈다.
책 제목도 패션만큼 유행을 탄다. 한동안 '○○하는 사람들의 ○가지 습관' '한 권으로 읽는 ○○' 같은 제목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다섯 권에 한 권 꼴로 '○○의 탄생' '○○의 재구성' '○○의 발견' '만들어진 ○○'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온다. 읽어 보니 제법 괜찮은 책인데, '탄생'도 '재구성'도 '발견'도 아니다.
어쩐지 속은 것 같은 이 찝찝한 기분. 때마침 신간 <혁명의 탄생> (교양인 발행)이 눈에 띈다. 근대 유럽의 혁명들을 총망라한 이 책의 원제는 역시나 'Revolutions and the Revolutionary Tradition in the West 1560~1991'(1560~1991년 서구 혁명과 혁명의 전통)이다. 혁명의>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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