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가 발생한 남일당 옥상 망루에서 살아남은 철거민들은 참사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용산의 멍에를 짊어지고 있다. 당시 희생자 5명과 함께 농성했던 철거민 24명(구속 6명)은 화염병 등을 던져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ㆍ상) 등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5월 이후 공판이 한 번도 열리지 못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3,000여장에 달하는 검찰 수사기록 비공개 논란과 관련, 변호인단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고 변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권 남용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핵심이므로 경찰 지휘라인과 관련된 조사 내용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상에서 검찰 기소를 앞둔 이도 있다. 지석준(40)씨는 참사 당일 망루에서 옥상으로 뛰어내리다 다리와 허리를 다쳐 수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는 고 윤용헌ㆍ이성수씨와 함께 뛰어내렸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들 시신이 망루에서 발견됐다고 밝혀 이 부분도 풀어야 할 의혹 중 하나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남편을 간병하고 있는 지씨 부인은 "6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지면서 남편이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다"며 울먹였다.
당시 진압작전을 지휘한 경찰 수뇌부들은 모두 경찰을 떠나거나 자리를 옮겼다. 참사 직전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결국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한때 국회의원 출마설이 돌기도 했으나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해 뉴욕에 머물며 연수할 대학을 물색 중이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소회를 묻자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이야기할 수 있는 적절한 때가 올 것이다"라며 입을 닫았다.
당시 기동단장이었던 신두호 경무관은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용산경찰서장으로서 경찰특공대 투입을 건의했던 백동산 총경은 경기 성남중원서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용산참사에 대해 "할 말이 없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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