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마크 지음ㆍ양원보, 박찬현 옮김/커뮤니케이션북스 발행ㆍ384쪽ㆍ1만9,000원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기보다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은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회의를 불러오는 주범으로 흔히 비판받는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체제가 안정화되고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네거티브 전략이 별로 통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또한 넓게 퍼져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미국 온라인 정치사이트 '폴리티코'의 선임편집자 데이비드 마크는 미국 선거사를 장식했던 수많은 네거티브 전략의 사례를 밝혀냄으로서 이같은 통념에 대한 뒤집기를 시도한다.
'진흙탕 선거의 전략과 기술'이라는 부제처럼 지은이가 소개하는 미국의 선거사는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신공격, 성추문 폭로, 말실수 꼬리잡기, 색깔론 제기 등의 전략으로 얼룩졌다. 건국 초기 강한 연방정부를 지지하는 연방파가 주정부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반연방파들을 향해 '넝마를 걸치고 쓰레기와 해충더미에서 잠자는 극악무도한들'이라고 비난하고, 반연방파들은 연방파를 향해 '미국실 왕실을 구축하려 한다'고 비난했던 것은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독신이었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 글로버 클리블랜드는 1885년 대선전에서 혼외정사로 낳은 자식이 있고 그들을 유기했다는 의혹 제기와 "엄마,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 라는 상대측의 슬로건과 맞서 싸워야 했다. 놀고 있는 공장을 주정부가 인수해 협동농장을 만들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출마했던 1934년 민주당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 업튼 싱클레어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영화배우들로부터 "싱클레어가 공약한 시스템은 이미 러시아에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라는 공격을 받아야 했다.
카톨릭 신자였던 존 F 케네디 후보는 1960년 대선전에서 미국의 이익이 아니라 바티칸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려는 것 아니냐는 공화당 진영의 의혹을 해명하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네거티브 선거전의 백서(白書)로 불러도 될 정도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는 특징 이외에도 네거티브 전략의 불가피성, 더 나아가 그 순기능을 강조하는 저자의 시각은 독특하다. 그는 네거티브 전략은 '진의를 왜곡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사실이 존재한다'며 속임수 혹은 사기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 전략이 상대 후보의 핵심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있으며, 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이 전략에 대응하는 후보자들의 반응은 그들이 공직을 어떤 식으로 수행할지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순기능을 강조한다.
그렇게 네거티브 전략을 필요악이 아니라 필요선으로까지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터무니없는 거짓'과 '불편한 진실' 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구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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