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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외국 VIP 전문여행사 정명진·전희진·김지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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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외국 VIP 전문여행사 정명진·전희진·김지혜씨

입력
2009.07.1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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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 크로포드(모델) 우디 앨런(영화감독) 줄리엣 비노쉬(배우) 웨스트 웬디(미드 'CSI' 작가) 로버트 굴드(198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스티브 첸(유튜브 창업자)….'

이름깨나 알려진 거 말고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최근 몇 년 새 방한했고, 모두 같은 여행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접했다는 것이다. 눈에 밟힐 정도로 많은 게 여행사인데, 대체 어떤 업체길래 해외 VIP만 쏙쏙 뽑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었을까.

인바운드(외국인 국내관광) 여행사 '코스모진'은 깃발부대를 졸졸 끌고 다니는 보통 여행사와 다르다. VIP 및 의전관광(바이어 초청) 전문이다. 양보단 질을 택한 셈인데, 틈새를 노린 만큼 나름의 비기(秘器)도 갖춰야 할 터. 코스모진의 정명진 대표(기획실장이기도 하다), 전희진 영업팀 대리, 김지혜 코디네이터 매니저를 만났다.

그대가 원한다면 멸치도 볶아준다

간이라도 내주겠노라 나서는 게 여행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의 일성(一聲)이다. 무릇 공짜는 없으니 어디까지나 에누리없이 당신이 지불한 비용만큼 만이다. 그 이상을 바라거나, 행여 해주는 건 상도에 어긋나니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는 게 인지상정.

그런데 코스모진의 서비스엔 독특한 구석이 있다. 구성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몇 가지 장면을 재구성해본다.

#1. 나이지리아 국방장관 부부가 한국에 왔다. 장관 부인은 진수성찬 중 유독 깨가 달라붙어 고소하고 달콤한 '꼬마 물고기'(small fish)의 맛에 홀딱 반했다. 혀끝에 감도는 미각을 잊을 수 없어 귀국직전에야 넋두리처럼 읊었다. "혹시 좀 구할 수 있으려나."

장관 부인의 표현으로 추측해보니 멸치볶음이었다. 정식으로 부탁한 것도 아닌데 그 길로 내달려 대형마트에서 멸치와 관련된 모든 제품을 샀다. 그것도 모자라 다짜고짜 한 호프집에 사정해 멸치를 볶아왔다. 5만원 정도 들었나. 장관 부인은 이후 장문의 감사편지를 보내왔다.(정 대표) 어쩌면 장관 부인이 받은 건 멸치가 아니라 살가운 마음이었으리라.

#2.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2년 전. 관련 취재차 방한한 영국의 잡지 기자가 고객이 됐다. 그는 조승희의 외할머니를 수소문하고 있었다. 단서는 경기 일산쪽에 산다는 것뿐. 국가정보원 요원도 아니고 난감했다. 시간이 하루밖에 없다는 그의 말에 무조건 근처 구청을 찾았다.

하필 일요일, 설상가상 구청 직원들은 천막농성 중이었다. 1시간 내내 담당자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결국 주소와 이름까지 알아냈고, 30분간 진행된 인터뷰의 통역까지 도맡았다.(전 대리)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자세라 할 수 있겠다.

이뿐만 아니다. "불만 고객을 달래기 위해 정장차림으로 객실 앞에 꿇어앉아 밤을 지새기도 하고"(전), "비무장지대(DMZ) 투어 도중 장에 탈이나 변을 지린 고객을 위해 군인에게 옷을 빌리고"(김 매니저), "예컨대 삼성전자를 방문한 외국 바이어에겐 이동할 때도 경쟁업체(간판 등)는 안보이게 하고 오로지 삼성만 보이게 동선을 짠다"(정)고 했다. 고객만 만족한다면 사생활, 체면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충 관광지를 훑어본 뒤 쇼핑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게 통념처럼 받아들여지는 패키지 관광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아무래도 한푼이 아쉬운 일반인이 아닌 업체나 단체에서 거액 들여 고이 초청한 바이어나 VIP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터.

정 대표는 "가격이 비싼 건 사실이지만 비즈니스나 기술적 업무 외에 국가별 연령별 취향별 고객특성 파악부터 공항 의전, 관광 등 스케줄 조정 및 사후관리까지 모두 다한다"고 했다. 그러니 "질을 의심하고 비싸다고 항변하는 초청자나 고객들도 막상 서비스를 누리면 흡족해 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쥔 자가 '갑'이다

여행사는 돈을 받고 수발을 드는 입장이니 '을'인 게 관행. 그러나 코스모진은 '갑'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10년 가까이 모아온 고객관련 데이터가 자신감의 핵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관련 책이나 매뉴얼이 없으니 고객의 사소한 행동이나 생각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가이드들이 현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얻은 시시콜콜한 정보는 의사들의 케이스발표처럼 매달 회의를 통해 값진 정보로 농축된다. 케이스 대 케이스, 아는 만큼 힘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이렇다. ▦채식주의자는 계란이 들어간 샐러드 숟가락조차 싫어하니 뷔페를 따로 마련 ▦VIP차량은 고장을 대비해 늘 2대 준비 ▦동유럽 남성들이 술자리를 원하면 예상보다 술을 3배 이상 준비 ▦미주 유럽인들 앞에선 분홍색의상(동성애자 상징) 피하기 ▦동성애자를 위한 배려 등이다. 선호하는 향수나 생수 브랜드까지 꼼꼼히 챙긴다. "워낙 깐깐하게 따지니까 도리어 초청업체에서 대강 하자고 할 때도 있다"(김)고 할 정도.

철저하고 세심한 서비스 속엔 단순 가이드가 아닌 '의전관광 컨설턴트'라는 자부심이 스며있다. "고객을 속속들이 꿰뚫어 관광 일정을 재미있게, 편히 지내도록 하면 비즈니스는 스르르 잊거나 보다 관대해지도록 마음을 움직인다"(정)는 것이다.

그래서 의전관광을 '제3의 협상테이블'이라고 여긴다. 관광뿐 아니라 바이어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각종 세세한 경험과 노하우(예컨대 꼼꼼한 고객특성 파악)를 미처 챙기지 못한 초청업체에게 제공하는 것이니 여행사가 굳이 '을'일 이유가 없게 된다. 초청업체에겐 정보를, 초청 받은 방문객에겐 즐거움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셈이다.

자존심이 충만하면 고된 업무도 참아내는 법. "24시간 스탠바이 상태로 샤워 중에도 휴대폰을 곁에 두고"(김), "현장 돌아다니느라 유통기한 지난 빵과 말라붙은 김밥으로 허기를 때우고"(전), "가끔 고객을 모시고 간 식당에 손이 모자라면 직접 서빙을 해도"(정) 개의치 않는다. "서비스만큼은 자신 있으니 성에 안차면 환불한다"는 원칙도 지키고 있다. 물론 이를 악용하는 불량 고객도 있단다.

이들의 꿈은 외국인으로 하여금 '진짜' 한국을 경험하게 하는 것. 전통문화와 역사 등 관광지에 대한 해박한 지식, 잘 짜여진 일정과 식단, 유창한 외국어실력은 어디까지나 기본. "'진짜'는 그 모든 부분에 마음과 정성이 스며있어야 한다"(정)고 했다. 뻔한 얘기 같지만 실천은 쉽지 않은 법이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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