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총선을 한 달 여 앞둔 일본 자민당이 선거도 하기 전에 풍비박산 지경이다. 아소 총리(麻生太郞) 체제로는 선거가 '필패(必敗)' 라는 자민당 의원들은 사실상 아소 퇴진을 요구하는 의원 총회를 당 집행부에 요구하고 있다. 총회를 소집하면 아소 성토장이 될 게 뻔하다. 총회 개최를 무시하고 중의원 해산을 강행하면 반아소파 의원 탈당 등 당 분열의 가능성마저 있다.
아소 총리의 중의원 해산 방침에 반대하는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전 간사장 등은 16일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간사장을 방문해 당 소속 국회의원 3분의 1(128명) 이상인 130여명의 서명을 제출하며 이번 주 중 중ㆍ참의원 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양원 의원 총회는 자민당 중ㆍ참의원 384명이 참여해 당 운영과 국회활동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ㆍ결정하는 회의로 당 대회 의결을 대신할 정도로 막강한 결정권을 지니고 있다.
서명을 주도한 나카가와 전 간사장 등은 총회에서 중의원 해산 전에 자민당 총재 선거를 실시하자며 아소 총리의 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전 간사장도 중의원 해산을 좀더 늦추고 총재 선거를 실시한 뒤 새 지도부로 총선 체제를 꾸려야 한다며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
물론 서명 의원이 모두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조기 총선 결정 이유를 의원들에게 자세히 설명,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론에 따라 서명한 의원도 적지 않아 보인다. 내각 서열로 총리 다음인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재무장관과 지난해 자민당 총재 후보로 출마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농림수산장관이 총회 소집에 찬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민당 지도부는 총회에서 총선 전 총재 선거가 발의되고 이를 다수결로 결정하면 당의 균열이 깊어질 수 있다며 총회 소집에 조심스럽다. 어떻게 해서든 반아소 움직임을 진정시키기 위해 17일 중의원 의원 모임 개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에 하나 총회 없이 다음 주 초 해산이 강행되면 자민당 분당 사태도 예상된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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