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때 병세가 악화돼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16일 "김 전 대통령이 어젯밤부터 호흡 곤란을 겪어 오늘 새벽 3시쯤 산소호흡기를 부착했다"며 "이후 안정을 되찾아 혈압, 체온, 맥박 등에서 정상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2시쯤 산소포화도(혈중 산소 농도로 90% 이하이면 위험)가 86%까지 떨어지는 등 위독한 상황을 맞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합병증은 없고 당장 생명에 위협은 없지만 며칠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코에 삽입한 튜브로 유동식을 공급하는 한편, 호흡기 착용에 거부감이 없게 (수면용) 안정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심적 피로를 느껴 건강이 안 좋아지긴 했지만, 15일 오전에도 나를 병실로 불러 말씀도 잘 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원 본관 9층 중환자실 내 1인실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족과 측근들은 본관 20층 VIP 병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가족들은 면회객은 일체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10일부터 감기 증세 등을 보이다가 13일 폐렴 진단을 받고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으며, 15일 오후엔 중환자실로 옮겼다. 김 전 대통령은 2005년 8월에도 폐렴 증세로 12일간, 같은 해 9~10월엔 폐부종으로 17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7월 말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입원하기도 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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