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후보군에 거론되지도 않았던 현 학장의 내정에 대해 인권위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인권 단체들은 "부적절한 인사"라며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재산ㆍ노동법 전문가인 현 내정자는 한양대 법대 학장 등 대학 내 여러 보직을 거치며 행정 능력을 인정 받았다. 정치색은 옅은 편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이나 연구 실적은 알려진 게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인권위는 이날 현 내정자의 성향과 경력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그동안 물망에 오르던 보수단체 출신들보다야 다행스러운 인사"라면서도 "인권 관련 활동을 한 전력이 없는 분이라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혹해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반발을 고려해 보수단체 출신 대신 '무색무취'한 인물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뒤 실세 사무총장을 통해 인권위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인권 단체들은 이번 인사가 인권위원 기준으로 '인권 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명시한 국가인권위법에 반하는 인사라고 반발했다. 인권위독립성수호를 위한 교수모임의 정태욱 총무위원장은 "청와대가 인권에 대한 소신보다는 행정관리 능력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의 독립성 수호라는 시대적 임무에 적합한지 극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내정자는 "정부나 진보ㆍ보수 진영 어디에도 관련이 없어 발탁된 것 같다"면서 "인권운동 단체 등을 많이 만나 법학자로서 최고의 가치인 정의와 인권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권위를 둘러싼 '좌편향' 논란이나 독립성 훼손 지적에 대해선 "학장 일이 너무 바빠 그런 뉴스를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7일 취임하는 '현병철 호(號)'가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우선 조직 축소와 안경환 전 위원장 조기 사퇴 등으로 어수선한 인권위 내부를 추스려야 한다. 또 '좌편향' 행보 개혁을 주문하는 보수 진영과 조직의 독립성 강화를 요구하는 진보 세력 사이에서 인권위의 향로를 재정립하는 것도 난제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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