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명문 고려대 농구부가 감독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만신창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충희 고려대 감독이 14일 1학년 고모 선수(19)의 부친으로부터 선수를 때려 전치 10일의 상처를 낸 혐의로 피소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동안 고질적으로 이어져 오던 학부모 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려대는 지난해부터 감독직을 수행해 온 임정명 감독이 선수 폭행 파문을 일으키자 임 감독의 견책징계를 결정하고 이충희 감독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임 진효준 감독이 선발한 3ㆍ4학년 부모들과 임 감독이 선발한 1ㆍ2학년 부모들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지난달 20일 농구부 학부형을 소집해 간담회를 갖고 이 감독 선임을 일방적으로 알리면서 1ㆍ2학년 학부모들의 반발은 시작됐다.
이 감독을 폭행혐의로 고소한 고모(48)씨는 15일 "임정명 감독의 불신임 탄원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 학부형은 모두 '임정명파'로 매도돼 이충희 신임 감독의 차별대우를 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임정명 감독 폭행파문 역시 고학년 선수들이 저학년 선수들을 폭행했고, 이를 덮으려는 고학년 학부모가 학교 측에 거짓 사실을 알려 임 감독을 음해하고 농구부 숙소 폐쇄 결정을 유도한 것"이라고 말하며 학부모 간 갈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충희 감독은 "지난 1일 연습경기 도중 선수의 뺨을 살짝 친 것에 불과하다. 학부모들 사이에 끼어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감독은 "지난 4일 학부모 전체 상견례 자리에서는 아무 문제제기가 없었다"며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문제를 키우는 걸 보면 뭔가 배후세력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임 감독은 아직도 고려대 감독실에 머물고 있는 상황. 그러나 선수 지도는 이 감독과 강병수 코치 등 신임 코칭스태프가 하고 있다.
결국 고려대 체육위원회의 깔끔하지 못한 행정처리가 2명의 감독이 한 팀에 공존하고 학부모들끼리 칼날을 세우는 '막장'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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