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3차 법안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15일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여야 간 합의처리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그간의 침묵을 깨고 미디어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우선 미디어법 개정의 큰 방향부터 제시했다. "미디어산업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하고 여론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게 골자다. 매체 간 진입장벽을 허물자는 정부ㆍ여당의 기본 입장에 찬성하면서도 야당과 시민사회의 우려도 충분히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표는 '매체합산 시장점유율' 개념을 제안했다. 'A신문+A방송+A인터넷'이 전체 언론시장에서 30%가 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매체별 특성에 따른 가중치 부여나 지표 개발 등의 난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매체 간 장벽을 허물어 미디어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여론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의미는 적지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표가 특히 강조한 대목은 여야 간 합의처리다. 그는 기자들에게 "(여야가) 합의했으면 좋겠다"거나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또 "여야가 어떻게 든 합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끝내 합의가 안돼서 내 개인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정국을 바라보는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한나라당 내에선 미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직권상정을 통한 강행처리 방침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합의처리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직권상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한 최고위원은 "지금 뭘 하자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상황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직권상정을 통해 밀어붙이는 식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정치적 해석과는 무관하게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미디어법 논의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월 임시국회 막바지에 당 지도부의 미디어법 처리 방침을 지지함으로써 민주당으로부터 처리 시기를 못박은 양보안을 끌어냈던 것처럼 이번엔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절충안을 냈다고 보는 시각이다.
한나라당을 향해선 직권상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민주당을 향해선 여론 독과점 우려에 대한 해소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에 대한 여야의 간극, 회기 종료일까지의 넉넉치 않은 일정 등을 감안해 사실상 시간을 더 갖고 논의하되 신방겸영의 큰 줄기는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