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의 최대 테마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 될 수밖에 없다. 최고권력자의 선출방법과 권한, 임기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문제는 정당과 정치세력의 최우선적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크게 4가지 방안이 거론된다. 우선 대통령 장기집권을 막는 데 기여해온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유지하되 현행 헌법에 있는 권력분산 제도를 적극 활용하자는 현상유지론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현 권력구조로는 대통령의 전횡과 독단을 막을 수 없으므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더 많다. 개편론의 첫째 대안은 미국식 대통령 4년 중임제이고, 둘째는 내각제, 셋째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이다.
국회의장 직속의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지난 연말부터 권력구조를 논의해 최근 대통령 4년 중임제와 한국식 권력분점형 정부형태 등 두 가지 대안을 마련했다. 4년 중임 대통령제는 현행 헌법에 가미돼 있는 내각제 요소를 배제하고 3권분립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권력분점형 정부형태는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것으로 국민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이 비상대권과 외교권을 갖고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내치통할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과 국회의원 다수가 개헌을 바라고 있지만, 권력구조에 대한 의견은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가운데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바라는 의견이 가장 많지만 절반을 넘지는 못한다.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7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년 중임제는 40.9%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 유지도 29.4%였고 내각제(13.4%)와 이원집정부제(4.1%)를 선호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최근 언론들의 조사 결과, 여야 국회의원 가운데도 4년 중임제 의견이 가장 많지만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 의견도 적지 않았다. 여야의 대선주자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의 입장도 각양각색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하지만 개헌시점에 대해선 유보적이다. 권력핵심과 교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개인적으로 4년 중임제를 선호하지만 개헌론이 여권의 국면전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4년 중임제론을 피력했으나 요즘엔 신중한 입장이다.
권력구조에 대한 정치인들의 입장은 동상이몽인 셈이다.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개헌 주체인 국민과 국회의원 다수가 권력구조 개편을 바라지만 구체적 대안에 대해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개헌으로 가는 길은 길고도 험난하다"며 "그래서 개헌 문제는 정파를 떠나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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