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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우정병원, 시공사 부도로 공사 중단/ "병원 짓겠다더니 12년째 흉물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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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우정병원, 시공사 부도로 공사 중단/ "병원 짓겠다더니 12년째 흉물 방치"

입력
2009.07.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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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우정병원 건축 현장. 대형종합병원이 들어설 이 곳은 겉으로 보기에 12층 건물 외관 공사는 거의 다 마무리 됐지만 정문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다.

공사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작업 인부도 모습조차 찾기 힘들다. 공사가 12년째 개점 휴업이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잡풀들이 무성하고 숲을 그려 놓은 벽화만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을 정도로 풍경은 황량하기만 하다.

이 벽화는 "흉물스럽게 건물이 방치되면서 이 곳이 우범 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최근 시가 궁여지책으로 세워 놓은 것이다. 주민 송모(48)씨는 "병원을 짓는다면서 12년째 방치되고 있다"면서 "병원이나 상가로 활용하던지, 아니면

건물을 부수고 다른 건물을 짓던지 해야지 장기간 내팽개쳐 둬 주민들의 눈살만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이 건물은 대형종합병원으로 개원하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으나 12년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다. 사연은 19년 전인 199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료법인 우정병원은 500병상 규모의 종합 병원을 신축하기로 계획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인 91년 8월 시로부터 종합병원 용도(건축법상 의료시설)로 건축허가를 받고 곧 착공에 들어갔다. 대지면적 9,118㎡에 지상12층 지하 5층의 대규모 건축물로 설계된 지역 최대 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97년 8월 시공사인 S건설 업체가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공정률 70% 상태에서 부도가 나면서부터 공사에 큰 차질이 생겼다. 이후 12년 동안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상태다. 급기야 채무 금액과 금융 비용(이자)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병원 건물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는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정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기존 계획대로 병원으로 개원할 경우 병원 장비 등 1,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상황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우정 병원 문제는 선거 때만 되면 단골 공약 사항이 될 정도로 과천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2006년에는 일부 시민 단체들이 "딜레마에 빠진 우정 병원에 정부 자금을 투입해 '시립 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면서 '시립 병원 추진단'까지 결성했지만 종합 병원 건립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시와 일부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채권단은 과천시에 도시계획시설 변경 신청을 내 휘트니스 센터나 오피스텔 등으로 활용하려고 했지만 시가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해 이를 거부하는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단 건물에 대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채권단은 "우정 병원이 과천시 인구(7만1,527명)에 비해 병원으로 개원했을 경우 도저히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인근 경기 안양에는 한림대 병원이, 서울에는 삼성 병원이 있어 종합 병원으로서의 입지를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종합병원으로 개원하면 좋겠지만 한해 수억원씩 적자가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어떻게 투자할 수 있겠느냐"면서 "병원 외 다른 용도로 건물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과천시는 그러나 "종합병원을 지어 문을 연다는 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개인 및 기업간의 건축 문제에 시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면서 "채권단 회의 등을 통해 하루빨리 완공할 수 있도록 종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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