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면 살고, 거짓말 하고 우기면 죽는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를 두고 국회 안팎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답변 태도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천 후보자는 13일 청문회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다 더 큰 화를 불렀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박모씨와 두 차례 일본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에 대해 "휴가철 관광객이 많아 비행기에 같이 탔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박씨에게 이자로 지급한 400만원은 "작은 돈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끝까지 버텼다. 아들의 결혼식 장소인 6성급 W호텔을 "조그만 교외"라고 어물쩡 넘어가려고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청문회 다음날 이례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끝까지 비리를 밝히겠다"고 압박했고 천 후보자는 끝내 사퇴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15일 "천 후보자는 의혹이 많기도 했지만 뻔뻔한 태도에 국민이 화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진솔하게 청문회에 임한 후보자들은 살아 남았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부부간 소득공제 중복, 사외이사 부당급여 수령, 논문 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3가지가 살아오면서 가장 부끄러운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또 처가에 2억원을 빌려주고 작성했다는 차용증이 허위라는 추궁이 계속되자 "말 못할 집안 사정이 있다"며 정회를 요청한 뒤 비공개로 사생활을 털어놓기도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부인의 농지투기 의혹으로 공격받자 "집사람이 가슴에 병을 갖고 있다. 나중에 살려고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은 믿지 않았다. 그러다 끝내 숨기려 한 죽은 아들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쏟았고, 그의 진정성을 알게 된 의원들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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