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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사퇴/ 석연찮은 해명에 '도덕성 의혹'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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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사퇴/ 석연찮은 해명에 '도덕성 의혹' 눈덩이

입력
2009.07.1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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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급속히 악화된 검찰 안팎의 여론을 돌이키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막판에 청와대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불어난 의혹, 발목 잡은 해명

천 후보자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의혹에 대해 면피성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의혹을 가중시켰다. ▦15억5,000만원을 빌려준 기업인 박모씨와의 해외 골프여행 ▦동생에게 빌린 5억원의 출처 ▦차량 리스비 대납 ▦부인의 고가 명품 대거 구입 ▦소득보다 지출 및 예금이 3~4배 많은 아들의 자금 출처 등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이런 의혹 자체보다 천 후보자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 스스로를 수렁으로 빠트렸다. 천 후보자는 이날 추가 해명에서도 부인을 동반하고 박씨와 2004년 8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 같은 날 같은 비행기로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같은 비행기로 돌아온 사실에 대해 청문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같이 갔는지 기억에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다.

천 후보자는 당시 여행에서 박씨와 천 후보자의 부인이 면세점에서 똑같은 명품 핸드백을 구입한 사실에 대해서도 "해외여행 및 물품구입과 관련해 박씨에게 어떤 도움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만 밝히고, 항공권과 핸드백 구입대금을 누가 지불했는지 증빙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을 지켜봤다는 한 검찰 관계자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는 말로 심경을 표현했다. 그는 "기업인 친구와 골프를 치고 돈을 빌렸더라도, 사건 관련자가 아닌 이상 떳떳하게 인정하고 사실대로 설명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총장 후보자가 TV에까지 나와 전국에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 청와대 정치적 부담 서둘러 털기

이날 오후까지 추가 해명에 나섰던 천 후보자가 저녁 무렵 전격 사퇴의사를 밝힌 데에는 청문회 이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던 청와대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 후보자가 일본에서 골프 친 일을 거짓말한 것으로 비친 게 치명적이었다"며 "최근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 후보자 청문회를 지켜본 청와대에는 서민정책, 중도강화로 모처럼 쇄신의 모습을 보여 주려는 마당에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에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제2의 '강부자 내각'논란이 재연돼 민심이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천 후보자가 의혹들에 대해 제대로 해명을 못하는 것으로 미뤄 감춰진 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 비리가 뒤늦게 청와대에 포착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당이 천 후보자의 의혹들에 대해 검찰 고발 방침을 밝히는 등 비리 의혹에 대한 추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도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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