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저승사자'로 명성을 떨쳤던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14일 퇴임했다. '박연차 게이트'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 중수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검찰 책임론의 여파로 7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 중수부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작심한 듯 수사팀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수뢰사건 수사 중 예기치 못한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사리에 맞지 않는 비난과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중수부 폐지까지 거론되는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중수부장은 "부정부패 척결은 당위의 문제일 뿐 이념의 문제가 아니고 부정부패에 관대한 사회는 미개사회나 다름 없다"며 "불의와 부정부패에 대한 투쟁은 계속돼야 하고 이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중수부장은 서울지검 형사9부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SK그룹 비자금 수사를 성공적으로 지휘해 일약 '스타검사'로 떠올랐다. 그는 중수부장이 된 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지휘했으나 노 전 대통령 서거 사태로 인해 과잉ㆍ편파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책임론에 휩싸였고 결국 이날 옷을 벗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명동성 법무연수원장과 검찰 내 대표적 기획통인 문성우 대검 차장, 2002년 서울지검 3차장 재직 당시 이른바 '병풍(兵風)'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신상규 광주고검장도 이날 퇴임했다. 문 차장은 "검찰 가족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참으로 행복한 검사였다"며 석별의 정을 고했고, 신 고검장은 후배들에게 "공직자는 겨울에 냇물을 건너는 것같이, 사방의 이웃이 우리를 들여다보는 것같이 삼가고 또 삼가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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