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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책 내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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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책 내는 정치인

입력
2009.07.1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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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직접 글을 쓸 줄 알고 글에 감동과 진실을 담아낼 수 있는 드문 정치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연방 상원의원이던 2006년 가을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출간했을 때 뉴욕타임스 서평에 실렸던 내용이다. 책이 나온 지 4개월여 뒤 오바마 의원은 역사적인 대권도전 선언을 하게 된다. 여기서 '담대한 희망'이 대선용 기획이었느냐는 그리 중요치 않다. 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정치인 '버락 오바마'의 실체에 접근하는 지름길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경우에도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직접''감동''진실' 등의 잣대를 들이댔을 때 오바마 대통령 정도의 평가를 받을 만한 정치인이 얼마나 될지는 적이 의문이다. 보기에 '담대한 희망'은 정치인들이 비교적 쉽게 손대는 자화자찬성 회고록이나 자서전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책에서 미국 정치와 미 국민들의 생활을 관통하는 9가지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경험 및 신념, 세계관을 충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 토대 위에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모색과 정책적 지향 등이 상당히 진지하고 밀도있게 제시돼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장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과거ㆍ현재뿐만 아니라 그가 펼칠 정치의 미래상까지도 읽어낼 수 있다.

'담대한 희망'에 관해 이미 여러 번 회자됐음 직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의도가 한미 정치인들의 책쓰기를 비교해보자는데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그저 우리 정치인들도 그런 책을 많이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훨씬 크다. 좋을 책을 썼거나 쓸 수 있는 정치인들은 우리에게도 많을 터이다.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의 고백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 등이 새삼 주목을 받는 것도 특기할만하다. 다만 최근 정치상황에 비추어 책쓰기를 누구보다 권하고 싶은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으뜸에 놓을 수 있다.

수필집 등 이미 저서 여러 권을 가진 문인협회 회원이고 정치에 뛰어든 지 10년째인 2007년6월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펴낸 박 전 대표에게 새 책을 바라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책이 나오면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해 있으면서도 침묵과 잠행으로 많은 부분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회피된 현재'를 나중에라도 알 수 있게 된다.'미래 권력'으로 불리며 과거에서 바로 미래로 건너 뛰려는 입장에선 현재가 거추장스러울지 모르나 '현재가 누락된 정치인'의 미래는 장담키 어렵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 흔히 듣는'조용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언급에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다름이 전제가 돼 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 지금은 다 할 수 없는 얘기가 있다면 그것도 새 책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 물론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듣자면 박 전 대표는 쉴새 없이 사람을 만나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의 갈무리, 즉 신념과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다양한 현안에 대한 균형감 있는 정책적 지향을 얻는데 책쓰기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언론은 검증과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박 전 대표의 새 책을 기다릴 것이다. 그 책이 합당한 깊이와 무게를 갖춘다면 '차기 권력'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그만큼 수월해진다. 이미 책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대해본다.

고태성 정치부 차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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