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내 주요 기관의 인터넷 접속을 방해한 '분산 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이 '북한 또는 그 추종세력 관여' 관측을 내놓은 것을 두고 '사이버 북풍' 논의가 무성하다. 일반적 음모론의 판단 기준인 '누가 이익을 얻느냐'를 적용, 국정원이 자신의 권한 강화를 겨냥한 '국가 사이버위기 관리법안'이나 '대테러방지법' 등의 조속한 통과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이들 법안에 대한 사회 전반의 반대 분위기를 전제해야만 성립할 주장인데, 그런 전제가 충족됐다고 내세울 근거는 아직 없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에는 오히려 보수적 판단에 무게를 싣는 게 낫다. 북한의 개입을 가정해 그 궁극적 목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사이버전의 1차 목표인 '정보망 교란'에 대해서는 많이 거론됐다. 그러나 사이버전이 오프라인 공격의 보조 수단이라는 점을 중시한 2차ㆍ최종 목표는 논외였다. 사이버전이 특공대에 의한 지휘소ㆍ통신망 공격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공격ㆍ침투 효과를 극대화할 수단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사이버전에서 어떤 방어책도 완벽할 수 없어서, 해킹 방지나 정보망 보호에만 대비책을 한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은 애초에 미 국방부의 첨단 통신망으로 개발됐다. 고도의 정보망을 갖추기에 유리하지만 다른 모든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노출시킬 수밖에 없는 태생적 약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의 인터넷 의존도가 커지면 손가락과 마우스만으로 간단히 지휘ㆍ통신 체계를 마비시키고, 첨단장비의 운용까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DDoS 공격은 공격 대상 정보체계로의 접속을 방해하는 데 그칠 뿐이지만, 정보체계에 직접 침투해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파괴하는 본격적 의미의 '사이버 공격'이라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한 세대 전 군 복무 시절 '첨단' 아날로그 유무선 통신장비를 운용하면서도 횃불이나 깃발, 호각 등을 활용한 비정규 통신수단을 이어가기 위한 훈련에 땀을 흘렸다. 당시의 아날로그 통신망에 비해 현재의 디지털 통신망은 외부 공격에 한결 취약하다. 외장 하드디스크를 비롯한 각종 기록장치를 활용한 '디지털 백업'도 개별 컴퓨터나 서버에는 유용하지만 정보망 자체의 교란에 대처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이번 DDoS 사태가 철저한 국가안보 차원의 정보ㆍ통신망 보안 점검은 물론이고, '아날로그 백업'의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이유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