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조항은 한ㆍ유럽연합(EU) FTA에서는 협상 초기부터 테이블에서 치워졌다. 정부는 한ㆍEU FTA는 한ㆍ미FTA와 달리 우리 경제주권 침해의 여지가 높은 독소조항 쟁점에서 비켜나갈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한ㆍEU FTA도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와 추가로 FTA를 체결하면서 더 많은 시장을 개방하면 자동적으로 그 혜택이 EU에도 돌아가도록 하는 미래 최혜국대우(MFN) 등을 비롯해 한ㆍ미FTA 당시 쟁점이 됐던 독소조항들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한국과 EU 양측은 잠정합의된 협정문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마치고 9월 가서명을 한 뒤에야 내용을 공개하기로 해, 협정문 미공개 내용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은 일단 시장이 개방된 분야에 대해서는 FTA 협정문 내용 등에 상관없이 나중에 개방 수위를 더 낮출 수 없도록 한 '역진방지제도'(래칫ㆍRatchet)와 미래 최혜국대우 도입 여부다. 둘 다 한ㆍ미 FTA에서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은 조항들이다.
이와 관련,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13일 "서비스시장에 대한 개방을 더 낮은 수준으로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역진방지제도는 네거티브 방식(협정문에 개방하지 않을 부분만 나열)으로 협상을 할 때 개방조치 철회를 방지하기 위해서 거는 것"이라며 "한ㆍEU FTA의 서비스협상은 개방할 부분을 명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해서 역진방지제도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 칠레, 싱가포르와의 FTA협상은 네거티브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역진방지 조항이 있지만, 포지티브방식으로 협상을 한 인도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FTA에서는 이런 조항이 없다는 설명이다. 미래 최혜국대우는 한ㆍ미FTA와의 균형, 즉 '코러스 패러티(KORUS Parity)' 대원칙에 따라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ㆍ미FTA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ISD는 한ㆍEU FTA에서는 빠졌다. 투자 보호와 관련한 부분은 아직 EU가 각 회원국으로부터 통상 협상의 권한을 위임받지 않아서, FTA협상에서도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 따라서 EU 각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우리나라와 투자 분야 협상을 하면서 ISD를 요구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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