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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울다가 웃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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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울다가 웃으면'

입력
2009.07.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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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다단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사춘기는 10대 시절의 알싸한 추억만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갑작스러운 신체의 변화는 없지만 여전히 어지럽고 복잡한 심리 상태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울다가 웃으면'(작ㆍ연출 우현주)은 바로 그 어른들의 정체성의 혼란, 그 중에서도 30대 후반 여성들의 마음을 보듬는 연극이다.

3장의 옴니버스 형식을 띤 연극에서 특히 첫 번째 이야기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뒤죽박죽된 30대 후반 여성들의 삶을 날것 그대로 무대에 올려 관객의 공감을 이끌었다. 이야기에 특별한 주제는 없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오랜만에 재회한 연극영화과 동창 재연(정재은), 소영(정수영), 현수(우현주)의 수다가 있을 뿐이다.

딸만 셋을 둔 재연은 집안일에 치여 자아를 잃어가는 게 속상하고, 유명 영화감독의 아내인 소영은 인공수정을 7차례나 시도했다며 남모를 고민을 털어놓는다. 삶이 팍팍한 것은 유학파 연극영화과 교수인 현수도 마찬가지. 공부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못해 이혼했고, 남편의 재혼으로 하나뿐인 아들은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2장은 같은 입원실을 쓰는 말기 암 환자 3명과 임신중독증 환자 1명의 이야기다. 첫 번째 에피소드처럼 '여자 친구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여자들의 우정보다는 죽음에 대한 단상을 화두로 삼았다.

무거운 주제 역시 수다로 풀었다. 항암치료 중 식단에 제한을 받는 세 여자는 둘러앉아 '혓바닥이 활활 불타는 낙지볶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 등 먹고 싶은 것들을 나열한다. 제목처럼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게 되는 장면이다.

1장의 뒷이야기를 영상과 음악으로 버무린 3장은 소통과 오해를 그린다. 1장에서 목청껏 떠들었던 재연과 소영, 현수의 고민은 어쩌면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이석준, 엄기준, 조한철이 영상으로 우정 출연한 그들의 남편은 1장의 묘사와 어딘지 행태가 다르다.

연극은 재연이 소파에 누워 통속 드라마의 오프닝을 보는 장면과, 같은 구도로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모습으로 열고 닫는다. 진부하고 뻔하다 비난하면서도 많은 시청자들이 통속 드라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듯 관객이 공연에서 위안을 얻기를 바라는 연출자의 마음을 반영하는 듯하다.

그렇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영상과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색다른 연출 방식과 만나 꽤 괜찮은 볼거리가 됐다. 양성평등을 주장하며 거창하게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 그저 수다에 가까운 생활속 대사의 나열일 뿐이지만, 실제 30대 후반인 배우들의 경험이 묻어있는 실감나는 연기 덕분에 객석의 집중도는 높았다. 8월 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2233-2784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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