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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디어법, 조정(調停)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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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디어법, 조정(調停)으로 풀자

입력
2009.07.1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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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월요일을 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한나라당에 맞서 민주당이 새로운 미디어법을 내놓는 등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를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과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타협 어려우니 제 3의 방안을

국회에서의 갈등 해결사로는 '논리'와 '타협'이 있다. 논리는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따지는 해결사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인정 받지 못하면 힘을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타협은 옳고 그른 것을 떠나 각 정당이 이해관계를 주고 받게 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간혹 원칙 없는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 두 해결사는 늘 붙어 다니는데 전공분야는 좀 다르다. 먼저 논리는 정강이 달라서 발생하는 갈등에서 힘을 발휘한다. 비정규직, 종부세, 교원평가 등이 그 예이다. 이런 경우에는 공동의 사실확인, 여론조사, 토론회 등 논리로 여러 합을 겨루어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 간 인식 차이를 좁힌 후 타협이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도 비정규직이 어느 정당 의견에 동조하는지 진작 여론조사를 했어야 옳다. 논리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옳고 그른 것을 판정하는 중립적 언론과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점에서 우리의 현실은 아쉬움이 많다.

한편 논리는 선거구 획정,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등 정당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경우에는 해결사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타협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디어법 역시 정당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사안이다. 여야 모두 나름의 대의명분을 펴고 있으나 그보다는 여야 모두 집권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들려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격돌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의 시각이다.

이런 점에서 3월 2일 여야가 100일간의 국민여론 수렴과정을 둔 것은 시간을 버는 의미는 있었으나 갈등해결 수단으로는 적절치 않았다. 미디어법은 논리가 아니라 타협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접점 없는 논리공방은 시간 낭비이며 오히려 타협을 지연시킨다.

문제는 타협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협상에 의한 타협이 여의치 않은 경우의 새로운 해결사로 제3자에 의한 조정(調停)을 제안한다. 조정자는 중재자와 달리 결정권한이 없으며 당사자 합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문제는 당사자의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되며 그 합의 결과가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특히 우리의 여야와 같이 당사자 간 신뢰가 부족할 경우 조정은 매우 효과적인 갈등해결 수단이 된다. 준비된 조정자라면 하루 이틀 사이에 여야를 합의에 이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조정자가 이미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 확립되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 가사사건이나 노동분쟁의 조정 전치주의가 고작이다.

조정자는 여야가 합의로 선정하면 된다. 중립성을 인정 받는 원로가 어떨까 한다. 미디어법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좋으나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전문가일수록 본인의 주관이 뚜렷하여 중립성을 인정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자의 3대 요건을 중요한 순으로 쓰면 중립성, 조정절차 이해, 미디어법 지식이다.

조정에 임하는 여야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조정안이 제시될 때 이를 목표와 비교하기보다는 합의가 결렬되었을 때의 상황과 비교해야 한다는 점이다. 합의 결렬시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여당에 의한 날치기 통과와 그로 인한 국론분열, 정국경색이다.

여야 합의로 조정자 선정돼야

이러한 '합의결렬시 상황'보다 나은 조정안이 제시될 경우 이 조정안이 목표에 미달하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합의를 결렬시키는 것보다는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각 당은 조정에 임하는 협상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합의가 존중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법, 이제 조정자를 찾아 볼 때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ㆍ (사)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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