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하반기 플러스 성장 전망은 일단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망이 당초 마이너스(-0.6%)에서 플러스(0.2%)로 바뀌었다지만 아직은 0의 경계를 살짝 넘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블딥 가능성이 없다"는 한은의 진단도 작년 4분기와 같은 끔찍한 상황을 다시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여서 큰 희망을 담기는 어려운 상황. 그래서 한은은 "여전히 바닥을 가늠키 어렵다"며 신중한 자세다.
'마이너스 늪'은 탈출할 듯
지난해 4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올해 예상되는 연간 성장률 -1.6% 역시 외환위기 이후 첫 역성장이다. 그만큼 하반기 마이너스 탈출의 의미는 크다.
한은은 전망치를 플러스로 변경한 이유를 ▦정부의 자동차관련 세금인하 등 재정정책이 예상보다 많은 효과를 거뒀고 ▦세계경제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 중심으로 예측보다 좋아지고 있으며 ▦국내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개선시켰다는 점 등을 꼽았다.
특히 수출에 거는 기대가 높다. 한은은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을 종전 -1.0%에서 0.3%으로 소폭 올려 잡은 반면, 상품수출 증가율은 -4.7%에서 3.7%로 비교적 크게 높였다. 한은은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하반기 성장 모멘텀은 역시 수출에서 나온다"며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 상태지만 월별로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닥은 아직도…"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바닥이라는 개념은 플러스 성장이 언제부터 본격화하느냐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아직 바닥이 언제인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성장세를 높일 동력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2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2.3%로 점쳐질 정도로 올 상반기 성장은 예상보다 높았지만 이는 주로 정부의 재정지출 덕이었다. 한은은 정부지출이 연간 1.5~2.0%포인트의 성장률 향상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지출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국장은 "하반기와 내년으로 갈수록 재정지출의 규모와 효과는 줄어들 것"이라며 "올 하반기 플러스 성장폭도 대부분 민간부문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국제 원자재가 상승세와 동유럽의 금융불안 재연 가능성, 주요국들의 정책기조 전환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충격은 무시할 수 없는 불확실 요인들이다.
다만, 한은은 한국경제가 다시 역성장으로 빠지는 더블딥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했다. 이 국장은 "비교적 높은 2분기 성장률과 비교하면, 3분기에는 성장세가 다소 약해졌다 4분기에 소폭 개선될 전망이지만 이 과정에서 분기의 전기비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작년 4분기의 깊은 바닥보다 경기가 더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여서 당분간 크고 작은 경기충격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