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인 허모(42)씨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 도봉구가 관리하는 현수막 게시대에 취미 활동 동호인 모집 광고를 내기 위해 온라인으로 신청을 접수하고 추첨에 참가했다.
1년간 10여차례 참가했지만 매번 떨어진 그는 동네 현수막을 유심히 살피다 추첨에서 당첨된 적이 없는 한 색소폰학원의 광고가 한 달 동안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구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한 업체가 현수막을 한 달에 최대 2주간 4개까지만 걸 수 있도록 한 구청의 방침과 어긋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청 관계자가 오히려 "협박하러 왔느냐"며 몰아세우자, 허씨는 올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경찰이 권익위로부터 진정을 넘겨 받아 조사한 결과, 일부 업체가 농간을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봉경찰서는 남의 명의를 도용해 현수막 게시대를 무더기로 배정 받아 팔아온 혐의(업무방해 등)로 현수막 업체 대표 박모(32)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구청의 현수막 게시대 추첨 과정에서 신청자 명단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남의 명의를 도용해 중복 응모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렇게 확보한 물량으로 현수막 설치 대행 업무를 하면서 6만원 정도의 도로점용료만 내면 사용할 수 있는 현수막 게시대를 접수 대행료 등 명목으로 웃돈을 얹어 10만원에 팔아왔다.
경찰 조사 결과, 실제 도봉구가 관리하는 현수막 게시대에 걸린 현수막 70개 중 구청의 당첨자 명단에 있는 합법적 게시물은 지난 3월 셋째, 넷째 주에 8개, 4월 첫째, 둘째 주에 17개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4월부터 신청자 명단과 광고 내용이 확인 가능하도록 인터넷 접수 절차를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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