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정보 공개를 놓고 미국과 스위스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스위스 정부가 자국 투자은행인 UBS은행의 계좌를 갖고 있는 미국인 고객 정보를 미국에 넘기지 않겠다고 밝히자, 발끈한 미국이 UBS의 미국 내 자산 압류를 경고하고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마이애미 지법의 앨런 골드 판사는 8일 "세금 탈루 수사를 위해 UBS 5만 2,000개 계좌의 미국인 정보가 필요하다"며 "미 법무부는 미국 내 UBS은행 지점을 폐쇄하고 자산을 압류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12일 정오까지 밝히라"고 명령했다.
이 명령은 스위스 정부가 UBS 미국인 고객 정보를 넘기는 것을 금지시킨 직후 나왔다.
스위스 법무부는 "UBS가 미국에 5만 2,000명의 자사 고객 명단을 제공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련 명단과 정보를 압수할 것"이라며 "스위스 법률은 은행이 고객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이번 사안이 양국 국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은 지난해부터 해외 탈루 세금을 적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으며 그 일환으로 스위스 은행을 압박해왔다.
지난달 미 법무부는 "UBS가 조직적이고도 의도적으로 직원을 미국에 파견해 탈루에 관심있는 부유층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해왔다"며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조세 피난 지역 때문에 미국은 해마다 1,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UBS는 미 법무부에 미국인 고객 300명의 명단을 넘기고 7억 8,000만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사법처리를 유예받고 있다. 협상과정에서 UBS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기업)를 활용하고 허위 장부를 꾸미는 등 미국 법률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압력으로 스위스 은행에서 고객 예탁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며 "스위스 정부는 자국 은행 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비밀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분쟁은 스위스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스위스 정부가 적절히 타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세금 탈루에 부정적"이라며 "스위스 정부의 중재로 UBS가 미국에 추가로 30억달러 가량을 벌금으로 지불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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