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주요 정부기관과 금융기관 등에 대한 무차별적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매우 지능적인 악성코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시간을 정해 스스로 목표를 바꾸고, 감염 경로나 접속 기록도 숨기면서 서버만 골라 접속 장애를 일으키는 족집게 공격 양태를 띠고 있다. 그야말로 지능형 정밀 유도탄처럼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부의 대응은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듯 굼뜨기만 하다.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마저 위협 받을 수 있는 사이버 테러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누가 위기 상황 관리를 총지휘하며 대처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디도스 공격 피해가 발생한 지 이틀이나 지난 어제서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논의된 것만 봐도 사이버 테러에 대한 정부 인식과 대응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사이버 테러 세력의 실체를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전념해야 할 국가정보원은 "공격 세력 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검경과 달리 뚜렷한 근거도 없이 북한을 배후로 거론해 불안과 혼란만 가중시켰다. 인터넷침해사고대응지원센터는 사이버 테러 발생 6시간이 지나도록 경보 단계를 '정상'으로 유지했다. 이처럼 사이버 위기에 대한 체계적 대응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사이버 테러가 국가 전산망 무력화 및 정보 유출 시도에 집중됐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정부는 어제 발표대로 사이버 보안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사이버 테러에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하다. 여야는 국회에서 9개월째 잠자고 있는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제정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야당 주장대로 국정원에 권력과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이 우려된다면 청와대나 총리실 등에 별도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사이버 보안 인프라 확충과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 확충은 필수적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 정쟁은 무의미하다. 사이버 공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모두가 협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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