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미국 전역에는 애국심 바람이 불어 닥쳤다.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1년 9월11일 이후 야구장에선 7회 공수교대 때 어김없이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란 곡이 울려 퍼졌다. 노래가 나올 때면 전원이 일어나 합창하며 서로의 가슴에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행여 합창에 동참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팬은 살벌한 눈총에 슬그머니 엉덩이를 들어야 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카를로스 델가도(뉴욕 메츠)는 토론토 시절이던 2004년 관중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기립과 합창 대신 덕아웃을 지켜 화제가 됐었다. 델가도의 행동은 고향에서 폭격 훈련을 강행한 미 공군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에 대한 비난의 표시였다.
이후 '강요된 애국심', '전체주의적 현상'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면서 '7회 의식'은 야구장에서 점점 사라졌지만 뉴욕의 양키스타디움은 고집스럽게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해 8월 문제가 불거진 장소도 양키스타디움이었다.
당시 브래드포드라는 이름의 한 팬은 7회 노래가 흘러나올 때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를 떴다가 야구장 밖으로 강제 추방당했다. 이에 분노한 브래드포드는 양키스 구단과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 측은 브래드포드가 만취해 행패를 부렸다고 항변했지만 목격자들은 브래드포드가 맥주로 간단히 목을 적신 뒤 조용히 경기를 즐겼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지 약 1년이 지난 8일(한국시간). 브래드포드가 뉴욕시로부터 합의금 1만1달러(약 1,300만원)를 받게 됐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양키스 구단도 물질적 보상 대신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팬은 7회 노래가 나올 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공문을 작성해야 했다.
이번 '해프닝'과 관련, 뉴욕시민자유연맹(NYCLU)의 도나 리버먼 사무총장은 "양키스타디움이 강요된 애국심의 장이 아닌, 야구를 위한 공간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논평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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