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과 환경경영은 거창한 데서 출발하는 게 아니다. 버려지는 생활용품의 활용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인식의 전환만으로도 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
폐품을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Junk Art) 작가 오대호(54)씨와 재활용 디자이너 연정태(49)씨는 이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재활용 예찬에서 최근 재활용이 중요한 사회 이슈로 부상한 배경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 '환경테마공원의 꿈' 정크아트 작가 오대호
"아이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재창조를 고민하고, 미술 감상과 과학의 호기심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14일부터 8월 30일까지 삼성어린이박물관이 여는 기획 행사 '버릴 것은 없어요!'에 참가하는 오대호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크아트 작가다. 폐품이나 쓰레기, 잡동사니를 뜻하는 정크라는 말에서 연상되듯 정크아트는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고철, 또는 각종 산업 폐기물로 만든 예술작품을 말한다.
한국환경자원공사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아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정크아트 25점을 소개하는 자리로, 그 중 오씨의 작품은 13점이다.
자동화기기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며 틈틈이 못 쓰는 기계 부품들로 로봇, 시계 등을 만들기 시작한 게 계기가 돼 아예 정크아트 작가로 변신한 오씨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전업 예술가의 길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처음엔 미친놈 소리도 많이 들었으니까. 허름한 물건들을 자주 들고 다니다 보니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고물상 취급을 당한 적도 있고, 부모님과 아내는 '사업이 망하니 돌았다'며 부끄러워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1년간 혼자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실어증 증세를 보인 적도 있었죠."
그는 자신이 하는 작업이 환경 변화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많은 이들에게 '쓰레기도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무언의 교육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확신은 있다.
정크아트를 시작한 이후 삶의 태도를 반성하게 된 일화도 소개했다.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공작에 매달리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운영자로서 누려 왔던 생활 습성을 반성하게 됐어요. 그간의 생활 패턴을 철저히 부수고 새로운 삶을 영위하게 된 겁니다."
그의 목표는 백남준이라는 이름 뒤에 '비디오 아트 창시'라는 수식어구가 따라붙듯, 자신의 조형물들을 '조이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과학과 환경, 미술 교육까지 가능한 대단위 환경테마공원을 세우는 게 꿈이다.
■ '물건에도 생명이' 재활용 디자이너 연정태
"재활용이란 게 참 광범위한 표현인데 저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렇게 말하곤 하죠. 리폼이란 '다시 폼 나게 만드는 일'이다!"
최근 <물건의 재구성> 이라는 책을 발간한 연정태씨의 직업은 광고 디자이너이지만 재활용 디자이너로 더 유명하다. 버려진 스테인리스 식판이 조명으로, 못쓰는 엘피가스통이 바비큐 그릴로 변신하는 등 그의 손에만 들어가면 폐품도 새로운 생명을 얻기 때문이다. 물건의>
그는 어렸을 때부터 버려진 가구나 오토바이를 분해해 전혀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3년간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각종 공작기술을 터득한 이후에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본격적인 재활용 작업에 나섰다.
"처음엔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었어요. 그러다 깨달음을 얻었죠. 현대사회의 모순은 생산과 소비의 폭력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하는."
그가 생각하는 재활용이란 "쓸모가 없어진 물건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이지만 그러다 보면 곤란한 일도 종종 겪는다고 했다. "한번은 길에 버려진 가구의 부속이 요긴하게 쓰일 듯해 길거리에서 1시간 넘게 분해하고 있었는데 가구 주인이 나타나 버린 물건이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어쩌겠어요. 떼어낸 경첩과 손잡이들을 도로 붙이느라 고생 좀 했죠. 폐기물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마 밤새도록 이야기해도 모자랄 걸요."
그는 "최근 '재활용 디자인'이니, '녹색성장'이니 하며 환경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칭찬할 만하다"면서 "하지만 여기에도 크게 왜곡된 부분이 있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도 환경 캠프라는 이름으로 모여 엄청난 쓰레기를 배출하는 이들이 있더군요."
재활용의 개념을 물건에서 시간과 공간, 더 나아가 사람과 노동으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그의 꿈은 일자리를 찾기 힘든 장애우, 노인, 여성 등이 노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물건의 권리장전'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번 책을 'DIY(Do-It-Yourself) 교본' 형식이 아닌 재활용 경험담 에세이로 풀어낸 것도 그래서다.
"내 손으로 낡은 가구의 색깔을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재활용의 체험이 됩니다. 만들지 않고 만드는 것, 즉 이미 凰쨍?갖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조합해 새로운 물건을 탄생시키는 물건의 재구성이야말로 가장 쉬운 재활용이니까요."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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