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는 8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부동산 투기와 탈세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거래가를 축소 신고하는 다운계약서 문제, 96년 4억원이던 재산이 33억원으로 불어난 과정 등을 따졌다. 백재현 의원은 “2001년 부인 명의로 용인시 수지 땅을 2억4,600만원에 샀는데 계약서에는 2,500만원으로 돼있어 취ㆍ등록세 1,275만원을 덜 냈다”며 “이후 임야에서 대지로 바뀌면서 3억4,3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명백한 부동산 투기”라고 지적했다.
김종률 의원은 “96년 이후 수지 땅과 개포동, 신반포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고 상습적인 다운계약서로 3,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한 번도 땅을 사면서 시세차익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부동산 계약도 정상적으로 공인중개사를 통해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본인 동의가 없으면 다운계약서를 쓸 수 없다. 당시 위법이고 탈세라는 판단이 안 섰나”라고 몰아세웠고, 백 후보자는 “고민 없이 관행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 같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이 의원은 “5년 시효가 지났다고 버티는 건가. 세금을 다시 낼 건가”라고 재차 물었고, 백 후보자는 “법을 위반한 게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넘어갔다.
백 후보자가 궁지에 몰리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엄호에 나섰다. 진수희 의원은 “부동산이 강남에 있으면 투기이고 다른 지역이면 재테크라는 이중적 잣대가 혼란스럽다”며 “법, 제도가 바뀐 이 문제(다운계약서)를 추궁하는 우리들은 그런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경환 의원도 “당시에는 부동산 취득가액을 시가표준 이상으로만 신고하면 됐다”며 “절세를 위법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가세했다.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실무경험이 전무하고 경제학자지만 조세분야 연구실적이 없다”며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기관을 측근에게 맡기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백 후보자가 ‘조세가 전공도 아닌데 왜 이렇게 복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던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복잡한 국세청을 개혁하겠다고 칼을 들이대면 당하는 사람이 수긍하겠냐”고 말했다.
한편 백 후보자는 세무조사 개선 관련, “대(大)법인의 경우 4년이면 4년, 5년이면 5년 단위의 순환주기 조사 방식을 도입해 기업에 예측성을 심어 주겠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는 “세무조사에 관해 청와대에 독대 보고는 않겠다”며 “세무조사 관련 청탁이 들어오면 의원들에게는 명단을 밝힐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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