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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일 대선주조 사장, 웰빙 소주로 향토 입맛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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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일 대선주조 사장, 웰빙 소주로 향토 입맛 잡았죠

입력
2009.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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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일(67) 대선주조 사장은 술 예찬론자이다.

"술은 소통의 수단입니다. 명성이나 편견이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적당하게 즐길 수만 있다면 인생의 조미료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 사장은 이왕 마시는 술이라면 소주가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는 "소주는 고구마와 보리, 쌀 등에서 나온 주정을 연속 증류를 통해 제조하기 때문에 에틸알콜을 제외하고는 불순물이 없다"며 "다른 술에 비해 이튿날 아침에 숙취가 적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사장의 주류회사 경력은 일천한 편이다. 2004년 8월 대선주조 사장으로 부임한 것이 처음이다. 굳이 술전문가라는 말을 붙이기도 뭣하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서민의 술인 소주를 가까이 한 탓에 소주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깊은 철학과 해박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

주 사장은 한때 업계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주 사장은 1973년 첫직장으로 롯데제과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당시 그는 공장의 구조를 세세하게 기록, 분석하고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상부에 보고, 회사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일개 풋내기 신입사원의 돌출행동이 소문이 나면서 입사 1개월 만에 그는 스타가 됐고, 불과 3개월만에 계장으로 진급했다. 입사 8개월만에 대리직급으로 영업본부장 직책을 맡아, 선배들을 휘하에 거느리는가 하면, 입사 4년6개월 만에 부장으로, 10년도 안돼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아이디어맨으로도 유명한 주 사장은 당시 롯데제과의 과자 '제크'를 홍보하기 위해 한 여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헬기를 동원, 상공에서 과자 샘플을 뿌린 사실은 지금까지도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후 롯데삼강, 롯데전자, 화승그룹 부사장 등을 거쳤다.

주 사장을 대선주조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한 것은 당시 대주주였던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었다. 무학소주와의 치열한 인수전에서 승리한 신 부사장은 롯데시절 주 사장의 상사로, 그의 뛰어난 능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CEO자리를 제의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취임후에도 여전히 경쟁 회사로부터의 인수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고, 회사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더군요. 하지만 이럴수록 정도를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좋은 제품을 내놓고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주 사장의 계획은 딱 맞아 떨어졌다. 2006년 2월 국내 최초로 음향진동숙성공법을 적용한 '시원(C1)'을 내놓은 데 이어, 11월에는 첨단냉각여과공법을 적용한 16.9도짜리 저도소주 '씨유(CYOU)'를 출시했다. 당시 서울과 수도권에서 진로의 '참이슬'과 두산주류BG(현재 롯데주류BG)의 '처음처럼'이 사활을 건 승부를 걸고 있을 시기였다. 주 사장은 "두 대기업의 싸움에도 오히려 부산에서 대선소주의 시장점유율은 높아져 8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 사장은 이런 배경으로 대선소주를 향한 부산 시민들의 애정을 꼽는다. 주 사장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역정서를 많이 따지는 것이 소주와 프로야구일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향토애의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사장은 "여기에 예전과는 달리 소주제조 기술이 전반적으로 상승, 타 지역 소주가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주 사장은 요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다. 롯데가 올해 '처음처럼'을 인수한 뒤, 부산지역을 집중 공략하면서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주 사장은 "롯데가 부산과의 연고가 각별하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소주에서만큼은 대선이 앞선다"며 "보다 순한 16.7도짜리 '봄봄'출시를 통해 부산 소주시장을 수성함을 물론, 향후 전국시장으로의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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