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칙릿, 스펙트럼 넓히다/ 상류계층 들여다보기…직장 여성의 고민 등 소재 다양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칙릿, 스펙트럼 넓히다/ 상류계층 들여다보기…직장 여성의 고민 등 소재 다양화

입력
2009.07.08 23:47
0 0

20~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소비와 취향을 다룬 소설 '칙릿(chick-lit)'. 한국의 칙릿이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젊은 여성의 고민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스펙트럼이 갈수록 넓어진다.

명품, 사내정치, 연애 등을 다룬 <스타일> 로 일약 문단의 신데렐라가 된 작가 백영옥(35)씨는 젊은 여성의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다이어트의 여왕> 을 발표했다.

이홍(31)씨는 최근 상류계층 30대 여성의 허위의식을 묘파한 단편 '50번 도로의 룸미러'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칙릿의 색채는 다양해져도 여전히 그 장르적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 분화하는 칙릿

칙릿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정이현(37), 백영옥, 이홍씨는 공히 20~30대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형상화하고 있지만 색깔은 제각각이다. 정이현씨는 '낭만적 사랑의 신화'를 해체하고 연애와 결혼을 따로 분리하는 젊은 여성의 심리를 묘파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자랑한다.

국내 칙릿소설의 원조로 꼽힐 만한 2003년 첫 작품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에서 성(性)을 무기로 승승장구하다가 내연남을 살해하는 여성, 타산적으로 이뤄진 결혼식을 앞두고 첫사랑과 하룻밤을 보내는 여성 등을 인상적으로 형상화했던 그는 40만부 이상 팔린 2006년 작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에서도 이같은 세태풍자를 이어갔다.

이홍씨는 상류층 여성들의 일상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봄으로써 상류계급에 대한 대중들의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결혼을 통해 상류사회에 진입한 여성을 내세운 단편 '50번 도로의 룸미러'는 고급 외제차, 명품쇼핑, 해외유학과 호화 사교육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류계층의 여성과 불륜 관계를 맺는 외제차 딜러가 주인공인 단편 '미스터 탬버린'에서는 성에 대한 상류계급의 이중적 태도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백영옥씨는 젊은 직장여성의 연애담과 직장생활의 고민을 정면으로 다루는 정통형 칙릿작가로 꼽힌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패션잡지 여기자를 내세운 출세작 <스타일> , 체중 때문에 번번이 실연당하자 리얼리티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여성 요리사가 화자인 <다이어트의 여왕> 등에서 그는 직장여성의 일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솜씨좋게 버무린다.

요즘 여대생들의 성 풍속도를 다룬 장편소설 <마이 짝퉁 라이프> 의 고예나(25)씨, 허영의 전시장 같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판타스틱 개미지옥> 의 서유미(34)씨 등도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칙릿작가로 분류된다.

■ 칙릿의 명과 암

칙릿의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문단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젊은 여성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는 호평과, 1970~80년대 여성작가들의 세태소설과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이 교차한다.

문학평론가 강유정(34)씨는 "과거의 여성소설이 불륜, 혹은 결혼생활에 대한 반성 등으로 여성들의 정체성 찾기를 시도했다면, 칙릿은 독립적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의 고민을 통한 자아정체성 찾기를 적실하게 형상화하고 있다"며 "소비주의에 대한 동경과 죄책감이라는 이중적인 심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외국 작품들과도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학평론가 김형중(41)씨는 "칙릿의 활성화는 청소년과 함께 새로운 독자층으로 떠오른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출판자본의 전략과 맞물려 있다"며 "겉으로는 경박한 한국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비판의 깊이가 가볍고, 비판 자체를 상품화하려는 경향도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