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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감세 유보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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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감세 유보가 정답이다

입력
2009.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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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올리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경제가 침체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자가 늘어난다. 일자리를 잃을 확률은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더 높다. 결국 경제를 살리고 소득격차를 줄이려면 세금을 낮춰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많이 깎아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투자와 고용이 이뤄지고, 나머지 계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 반면, 농어민이나 중소기업에 감세 혜택을 주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형평 목적의 감세는 성장에 별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자 감세'의 논리다.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정말 투자가 늘어나고 소득격차가 줄어들며 경제가 활성화할까. 미국의 사례를 보자. 조지 부시 행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여러 차례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집권 8년 동안 실효법인세율을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뜨렸다. 그렇다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양극화 심화로 사회보장 부담이 커지다 보니 재정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 빚이 누적되는 위기에 빠졌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법인세 인하 등 각종 감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30대 그룹의 올 상반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나 줄었다. 정부는 감세가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북돋울 것이라고 했지만, 대외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게 기업들의 변이다. 사실 국내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전체 상장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71조원에 달한다.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했던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 것으로 판단했던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소득격차는 누그러졌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1990년대 중반 10%를 넘지 않던 빈곤층(중위소득 50% 미만)이 지난해 15%를 넘어섰다. 올 들어 하위 계층의 소득은 계속 줄고 있고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의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등 떠밀리다시피 친(親) 서민 행보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정부 곳간이 비어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로 재정 지출은 크게 늘어난 반면, 국세 수입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그러면 어디서 서민들을 위한 재정을 마련할 것인가. 겨우 궁리해낸 것이 각종 비과세ㆍ감면을 줄이고 냉장고ㆍTV 등 전자제품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술, 담배에 대한 간접세 인상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비과세ㆍ감면 제도는 취약 계층을 위한 게 많다. 개별소비세와 간접세도 서민에게 부담을 주긴 마찬가지다. 부자 감세로 발생한 '세수 구멍'을 서민 부담으로 늘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더 솔직해져야 한다. 감세로 세수 기반이 축소된 가운데, 돈 쓸 곳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기존 복지제도만 그대로 유지해도 급속한 고령화 탓에 재정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해법은 증세 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아직 23% 정도로 OECD 평균(28%)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조세부담률을 3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과도한 정부 빚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세의 방향은 당연히 대기업과 부유층의 조세 부담을 늘리는 쪽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이들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ㆍ소득세 인하 계획부터 유보하는 게 맞다. 그래야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도 발전한다. 서민들의 자투리 세금을 긁어 모아 서민들을 배려하겠다는 이율 배반적 정책으론 균형 재정을 회복하기 어렵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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