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성적이 중상위권인 중3 남학생입니다. 저는 중학교 졸업 뒤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대입 검정고시를 본 뒤 바로 대학 입학 준비를 할 계획입니다. 대략 고시학원-> 검정고시-> 통과-> 재수종합학원과 인터넷강의-> 수능 이런 식의 계획이 될 텐데, 고교 정규과정을 안 거치고, 이런 방법으로 대학 가는 것에 대해 자신이 있습니다. 혹시 허황된 생각은 아닐까죠. 조언 부탁드립니다.
A: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상당수 학생들이 고졸 검정고시 등을 통해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생각을 갖거나 실제 실행에 옮기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특목고 설립 확대 등으로 인해 입시 경쟁 시기가 빨라지면서 더욱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성적으로 희망하는 특목고 등 희망 고교에 진학하기 어려울 때, 고교 진학 대신 차라리 독학을 통해 더 효율적인 대입 준비를 한 뒤 수능 고득점으로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것이죠.
이같은 방식 자체가 무모하다거나 허황되다고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입시 성공 여부로만 따지면 성공적 사례도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대학 입학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대입 검정고시 자체는 사실 그다지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검정고시 자체가 여러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사람들을 위한 시험이기에 난이도를 그다지 높게 정하지 않는 편이라고 보면 됩니다. 50대, 60대 만학도들도 많이 합격하는 걸 봐도 난이도 수준을 알 수가 있죠. 하지만 문제는 공부에 대한 효율만 갖고 고교 생활의 가치를 논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 학적을 두지 않고 독학하는 학생들은 소속감이 없는 상태에 놓이면서 심리적인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보통 사회에서 자신의 인적 사항에 대해 물을 때 초중고/대학을 다닐 8~25세 전후까지는 나이가 아닌 학년으로 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와 학년으로 위계를 구분하려는 한국사회 특유의 문화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독학을 준비하는 시기뿐 아니라 나중에 대학생이 되어서도 고교 학적 문제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곤 합니다.
학교분위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런데서 내가 배울 게 별로 없는 것 같고, 차라리 혼자 공부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 시간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배우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인간은 모름지기 관계성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며, 학교라는 공간은 입시위주 교육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여러 선생님,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무수한 자극과 교류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입니다. 사회에서도, 학교에서 문제아로 치부되거나, 겨우 졸업장만 받은 수준이더라도 학교생활을 마쳤다는 증표로서 졸업장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앞으로 주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파격적으로 확대 도입하기로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입 전형 자체가 학업성취 위주의 평가에서 학생의 잠재력, 풍부한 경험,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쪽으로 크게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높은 성적 뿐 아니라, 학교에서의 리더십, 동아리 활동, 스포츠활동, 봉사활동 등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따라서 이같은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학생의 계획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셨으면 합니다.
조진표.와이즈멘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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