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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통령의 기부와 '창조적 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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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통령의 기부와 '창조적 자선'

입력
2009.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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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헌납이 기부 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하면서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생각났다. 카네기는 일찍이 <부의 복음(the gospel of wealth)> 이라는 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이들의 책임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카네기의 선구적 업적

첫째는 너무 많은 부를 자녀에게 넘겨줘 자녀의 삶을 망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생전에 사회문제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기부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조금만 이끌어주면 자립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디딤돌 방식의 지원이 최선의 자선활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에 따라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카네기에 대해 적자생존 가치에 몰입된 사회진화론자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는 100여년 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자선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전역의 공공도서관 설립과 과학 연구 및 교사 역량 강화사업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빈 곳을 찾아 사회 발전의 토대를 제공한 현대적 자선활동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카네기의 업적은 이 대통령의 기부가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부의 복음'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청계재단이 힘을 쏟아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제시한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재단 설립으로 약속과 책임을 다했다는 차원을 넘어, 재단의 영어식 표현인 'foundation'의 일반적 의미인 '기초' 혹은 '토대'에 어울리게 사회 발전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곧 설립될 청계재단의 중심 활동은 저소득층 자녀에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 사회의 많은 재단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장학재단이다. 장학재단의 중심적 활동은 언제나 저소득층 청소년과 대학생 장학사업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기부로 설립하는 재단까지 같은 모습으로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저소득층 장학사업은 이제 정부 차원에서, 국가 교육정책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카네기가 100여년 전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 사업을 통해 사회 발전의 기초를 마련했듯이, 청계재단도 정부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빈 공간을 찾아 사회 발전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의 아름다운 뜻을 한층 숭고하게 만드는 길은 그 뜻을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보다 가치있는 창조적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선도적 사업으로 새로운 파급 효과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유례없는 대통령 재산 헌납의 뜻을 충실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장학사업보다 창의적 사업 펴기를

최근 서구에서는 '창조적 자선(creative philanthropy)'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직을 사임한 뒤 힘 쏟는 것도 인류 발전을 이끌 '창조적 자선'이다. 사회를 위해 선한 일을 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카네기와 빌 게이츠처럼 시대 상황과 필요에 비춰 한층 의미 있게 선한 일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이 대통령의 기부가 더 귀하게 평가받으려면 시대적 상황에 맞춰 파급 효과를 높이고 기부의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방향으로 청계재단이 발전할 때, 이 대통령의 기부는 우리 사회에 '부의 복음'을 전파한 아름다운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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