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2007년(14위)보다 한 단계 더 떨어진 세계 15위로 집계됐다. 경제규모는 2003년 11위에서 5년 만에 4단계나 하락했는데 당분간 급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6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경제규모를 뜻하는 한국의 작년 명목 GDP는 9,291억달러로 비교대상 국가 가운데 15위를 차지했다. 2003년 11위였던 우리나라는 2004년 인도에 밀려 12위로 떨어졌고,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브라질과 러시아에, 작년에는 호주에 추월 당해 한 단계씩 밀렸다.
명목 GDP는 각국의 국내총생산을 그 해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을 감안해 달러로 표시하는데, 매년 나라마다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환율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성장률은 물론, 물가가 많이 오르거나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르면 경제규모에는 그만큼 플러스 요인이다.
흔히 '브릭스'로 불리는 인도, 브라질, 러시아는 매년 높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힘입어 경제규모를 급속히 키우고 있는 나라들. 이에 비해, 작년 호주는 성장률이나 환율변동폭은 우리와 비슷했으나 물가상승률(6.7%)이 우리(2.7%)보다 훨씬 높아 명목 GDP가 커졌다. 2000년대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유지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추락은 결국, 우리가 특별히 못해서라기보다 경쟁국들이 더 큰 '변화'를 겪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서 경제규모를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지난해 15위에서 올해와 내년 각각 16위까지 하락한 뒤 2011~2014년에는 14위에 머물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와 내년에는 네덜란드마저 우리를 제치지만 2011년 이후에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로 오르면서 호주와 네덜란드를 다시 역전한다는 예상이다.
결국 우리 경제규모 순위의 최대 관건은 환율이다. 성장률이나 물가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더라도 원화가치가 작년과 올해처럼 크게 떨어질 경우, 달러표시 경제규모는 확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MF는 향후 5년간 한국의 고환율을 점치고 있다. 실제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지금처럼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 한 경제규모의 안정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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