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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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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동시에

입력
2009.07.0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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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시에 몇 가지 일이나 할 수 있을까. 한창 기말고사 공부로 정신없는 큰애가 밥을 책상에서 먹겠다고 했다. 군말없이 밥 위에 김치와 밑반찬 몇 개 얹어 가져다준 건 나도 그맘때 그애와 똑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애도 나처럼 밥을 먹으면서 시험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없다는 현실을 곧 깨닫게 되겠지. 시간을 절약하는 듯 보이지만 따져보면 둘 다 집중할 수 없으니 더 손해였다.

다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때 몇몇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모여 그런 실험을 했다. 한 손으로는 밥 먹는 시늉을, 한 손으로는 글 쓰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손은 뭘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듯 뒤엉켜버렸다. 지금은 폐지된 한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게임을 하곤 했다.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스피드 문제를 푼다. 그걸로는 별반 특이하달 게 없다.

한 사람이 정답을 맞추면서 손으로는 지폐 다발을 쥐고 돈을 센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갈팡질팡했다. 돈을 세는 일에 정신을 쏟으면 엉뚱한 대답을 하기 일쑤였고 퀴즈에 집중하면 돈을 세던 숫자를 잊고 다시 세고 또 세곤 했는데 바로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런데 웬걸 큰애는 밥을 먹으면서 문제를 잘만 풀었다. 게다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두 발로는 박자까지 맞추고 있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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