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12시30분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식당. 종업원이 방금 식사를 마친 테이블 정리를 시작할 무렵, 이동복 서울시 위생팀장 일행이 식당에 들어섰다. 종업원이 남은 김치와 콩나물무침, 멸치볶음 등을 찌개 냄비에 몰아넣었다.
일단 남은 반찬을 재활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 팀장은 주방까지 따라가 잔반 처리 과정을 확인했다. 잔반은 모두 한 통에 버려졌다. 남은 반찬을 종류별로 따로 모아두는 그릇도 보이지 않았다. 이 팀장은 점검일지에 '양호' 표시를 했다.
남은 반찬 재활용을 금지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4일 발효됨에 따라 서울시가 이날부터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소비자단체와 함께 3개 점검반을 꾸려 한 달여간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에 팀별로 하루 3,4개 업소를 돌며 잔반 재활용 실태를 점검한다. 잔반 재활용 사실이 발각되면 적발 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15일(1회), 2개월(2회), 3개월(3회)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첫 날 점검반이 들른 식당은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중구 북창동 일대 5곳과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3곳,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서대문구 신촌 일대 4곳 등 총 12곳이다. 조리장 위생 상태, 식재료 보관 상태 등을 두루 살피는 일반 위생점검과 달리 잔반 재활용 여부만 집중적으로 살핀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식당은 한 곳도 없었다.
이동복 팀장은 "점검 사실을 해당 구청에만 알리고 식당에는 알리지 않았는데 점검 대상 식당들이 모두 양호하게 평가됐다"며 흡족해 했다.
그러나 일부 식당 업주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넉넉한 반찬을 인심과 연관짓는 정서가 남아있어 잔반을 줄이기 위해 반찬을 조금씩 낼 경우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고 매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이날 점검을 받은 음식점 업주 A씨는 "요즘 경제난으로 저녁 회식이 줄어 점심 장사로 먹고 사는데 제일 바쁠 때 와서 점검한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고 따졌다. 20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는 B씨도 "손님들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지, 식당만 단속해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고 불평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이번 점검은 단속보다는 잔반 재활용 금지 시행규칙이 발효된 사실을 알리고 계도하는데 초점을 둔 것임을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달간 기획점검을 통해 실태를 파악한 뒤 각 자치구와 연계한 합동 점검을 실시한 예정"이라며 "영업 방해를 최소화하고 계도 효과도 높일 수 있는 점검 방법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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