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완구업체 하스브로의 2007년 장난감 부문 매출액은 전년(1억 달러)보다 5배나 뛴 5억 달러였다. 일등공신은 트랜스포머였다. 그해 여름 영화 '트랜스포머'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출시 23년이 된 이 변신 장난감 로봇에 날개가 돋았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트랜스포머2')의 흥행 바람이 거세다. 지난 주말까지 한국에서 521만 관객이 찾았다. 전세계적으로는 5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개봉(6월 24일) 2주일도 안돼 제작비 2억 달러의 2.5배를 이미 벌어들인 셈이다. 제작사 파라마운트뿐 아니라 하스브로 관계자들의 입이 귀에 걸릴 일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곳도 있다. 일본 완구업체 다카라 토미. 트랜스포머의 원조는 다카라(뒷날 경쟁 완구업체 토미와 합병한다)가 개발한 다이아클론이다. 인기 장난감 로봇인 건담과 맞붙기 위해 시장에 나온 자동차 변신 로봇이었다.
하스브로가 1984년 판권을 사 세계적인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다카라 토미는 판권 수입을 공유한다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제작 주도권을 빼앗겼으니 땅을 칠 노릇이다.
트랜스포머의 성공은 완구업체와 영화제작사의 결합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스브로 관계자는 말한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과 정서적 교감을 경험할 수 있길 원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가 장난감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장난감 구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15일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비롯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그 어느 때보다 자신들이 판권을 지닌 장난감 판매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장난감은 불황을 덜 타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장난감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작용도 예상된다. 하스브로는 '트랜스포머2'의 공동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제작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트랜스포머2'의 상영 시간은 빈약한 이야기에 과도하다 싶은 149분이나 된다. 60개 가량의 로봇을 갖가지 사연과 함께 보여주려다 과욕을 부린 것 아닐까 하는 의심, 억측은 아닐 듯하다.
장난감이 할리우드를 좌지우지하리라는 것은 기우일지 모른다. 하지만 불황기, 장난감이 할리우드의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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