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외국계 사모펀드(PEF)에 팔리고 또다시 ‘국부 유출’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금호그룹이 붕괴되는 것보다는 낫다.”
인수ㆍ합병(M&A) 업무를 담당하는 한 회계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을 주간사로 지정하고 대우건설 공개매각에 착수했지만, 수조원을 투입하며 인수에 나설 국내 그룹을 찾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결국 외국계 PEF에게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세계적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이런 추론에 근거를 보탠다.
연말 재무적 투자자에 보장한 풋백옵션을 감당하기 위해 4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한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시장가+30%’ 수준을 제안했던 산은에 매각하는 것보다 자금력이 풍부한 외국계 PEF에 매각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주가가 높아져 PEF가 대우건설을 되팔 때는 외환위기 이후 반복돼 온 국부 유출 논란이 되풀이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해 살려낸 기업을 투기자본에 헐값에 넘겼다는 비판 말이다.
일부 금융권과 M&A 관계자들은 결국 산은이 국책은행으로서 나서는 게 대안이라고 말한다. 인수의향서를 받겠다고 공식 선언하기 전까지 1개월 가량의 실사 기간 동안 국내 기업이나 외국계 건설회사 등 적절한 인수 주체를 구하지 못한다면 금호그룹이 공개매각을 포기하고 산은에 대우건설을 넘기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가격이나 특혜 시비가 문제라면 산은이 애초 제시했던 ‘재매각 차익 공유’와 ‘우선매수권 부여’ 등 매각 주체에 유리한 조건을 철회하는 대신 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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