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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핵탄두 수 감축 합의/ 1600기 수준으로…양국관계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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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핵탄두 수 감축 합의/ 1600기 수준으로…양국관계 재정립

입력
2009.07.0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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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48)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4) 러시아 대통령이 6일 핵 무기 군축 협상 로드맵(일정과 목표)인 핵군축 협상 양해 각서에 서명한 뒤 양국 관계의 새 국면을 열겠다고 밝히자 CNN 방송은 이렇게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냉전 해체 이후 28년간 전혀 진척이 없었던 핵 군축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으로 새 양국 관계의 첫 장을 열었다.

미러 양국은 1991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를 체결, 양측의 핵탄두를 5,000기 이하로 감축하자는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감축 검증 및 핵무기 발사장치에 대한 이견 등으로 협정이행은 난항을 겪어왔다. 그러다 2002년 핵 탄두를 2,200기 이하로, 미사일 등 운반수단을 1,600기 이하로 줄이자는 또 다른 합의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합의 역시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체계 배치로 갈등을 빚으면서 실질적인 감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두 정상의 합의에 따라 양국은 올 연말까지 핵 탄두를 1,500~1,675기 이하로,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등 발사수단을 500~1,100기 수준으로 줄이는 새 협정을 마련한다. 현재 미국이 5,576기의 핵탄두와 1,198기의 ICBM 및 잠수함발사미사일을, 러시아는 3,909개의 핵탄두와 814기의 발사수단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 구상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핵 군축 의지를 밝혔다.

이번 합의의 이행은 양측간 굳건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번 합의는 양국이 신뢰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국면을 열어갈 것임을 의미한다.

이날 핵 군축 협상 합의보다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현 양국 관계를 풀어내려는 40대 젊은 정상들의 각오와 퍼포먼스가 더욱 돋보인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였다.

회담 시작에 앞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양국 관계의 어려운 페이지를 닫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을 통해 비상한 진전과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집권 이후 강화된 러시아 민족주의 정서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 탓에 미러간에는 냉랭한 기류가 이어져왔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간에는 차이점 보다 공통점이 많다"며 "우리가 며칠만 더 열심히 일하면 양국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러 직전 푸틴 총리에게 가장 적대적인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와 인터뷰를 하고 푸틴에게 미운털이 박혀 구속된 러시아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언급하는 등 푸틴을 자극한 반면 메드베데프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 젊은 메드베데프와 담판하겠다는 의중을 비쳤다.

이번 회담에선 핵 군축 협정이외에도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 북한 및 이란 핵 문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협력, 경제위기와 통상문제 등도 논의됐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부인 미셸과 함께 모스크바에 도착, 사흘 일정의 러시아 방문을 시작했다. 방문 첫날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단독 실무회담과 만찬을 함께 한 오바마 대통령은 7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조찬회동을 한다. 이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면담, 러시아 기업인 연합과 미 상공회의소 주관의 비즈니스 포럼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8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탈리아로 향한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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