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와 서양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온 화가 전래식(67)씨 초대전이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2일부터 열리고 있다.
산수화이지만, 현대적 조형미가 가득하다는 뜻에서 그의 작품은 '조형산수(造形山水)'로 불린다. 천 위에 먹과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진 산들은 생략과 절제를 통해 단순화됐음에도, 동양적인 생명력이 살아숨쉬고 있는 듯하다.
본래 전통적 산수화에서 출발한 전씨는 실경산수의 진부함에서 벗어나고자 비구상으로 눈을 돌렸다. 198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받으며 일찍부터 화단에서 인정받았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조형산수'라는 명칭은 그가 88올림픽 무렵, 동양적 정신의 화풍에 서구의 현대적 조형을 도입하면서 스스로 붙인 것이다. 작은 사각형 패턴을 쌓아 그리는 추상으로 갔다가 다시 산수화로 돌아왔다. 그 전의 전통 산수화와는 다른, 구상과 비구상이 합쳐진 그만의 독특한 산수화였다.
먹과 아크릴을 함께 사용해 과감한 색감을 도입했고, 서양화의 면 분할 기법을 응용하기도 한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표현을 하기 위해 재료에 모래를 섞기도 한다.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씨는 자신의 그림은 결코 동양화의 본령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시대가 변한 만큼 그림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하고, 새로운 조형 속에서 우리의 것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12일까지. (02)544-8481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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