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수급자인 이모(27ㆍ여)씨는 불면증과 우울증 증상으로 작년에만 병의원 74곳과 약국 54곳을 돌면서 최면 진정제를 모두 1만4,735정이나 처방조제를 받았다.
과다 복용하면 혼수 상태에 이를 수 있는 향정신성 약품을 하루 권장량(1정)의 40배나 처방 받은 것이다. 이씨의 건강도 문제이지만, 이로 인해 정부가 지출한 급여만 2,000만원에 달했다.
당뇨병과 안면통을 앓고 있는 김모(65)씨도 작년 전국 272개의 병의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았다. 주말을 빼고 매일 병의원을 방문한 셈이다.
또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홍모(59)씨는 작년 18개 병의원을 205차례 방문하면서, 해열ㆍ진통제만 3,518일치, 진해거담제 2,769일치, 소화성 궤양용제 2,769일치를 처방 받기도 했다. 이들이 이용한 병의원과 약국에 대한 급여는 국민 세금인 국고에서 지급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의료급여 제도를 악용해 같은 질병으로 여러 병의원과 약국을 방문하는 이른바 '의료쇼핑'이 끊이질 않고 있다.
6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병의원과 약국에서 진료나 처방조제를 받은 날이 800일 이상인 사람은 6만8,000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같은 질병으로 3개 이상 병의원을 다니며 동일성분 의약품의 중복투약일수가 30일이 넘는 사람만 2만6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급여 제도는 본인부담이 1차 진료시 1,000원, 약국은 500원 등으로 낮기 때문에 이들의 의료쇼핑은 국고 누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의료급여 수급 대상자는 168만 명에 달한다.
복지부는 이 같은 의료 과다이용으로 수급자 본인의 건강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급여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 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진료의뢰서를 남발하는 선택병의원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는 한편, 선택병의원을 이용하는 수급자에 대해서도 급여일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선택병의원은 과다 의료이용을 막기 위해 같은 질병에 대해 본인이 선택한 1개 병의원만 이용하도록 한 제도이다. 그러나 앞서 이씨의 경우 해당 선택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107장이나 남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장기입원 사례를 막기 위해 부적정한 장기입원 청구기관을 대상으로 집중 심사를 벌이는 한편, 의약품 재판매 등 불법적인 목적의 과다 의료이용을 한 수급자와 이를 유도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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