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전격적으로 실시된 경찰의 전국교직원노조 본부와 서울지부 압수수색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동안 전교조 측의 노동연대활동과 정치투쟁 등과 관련해 지부에 대한 압수수색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본부를 겨냥한 것은 198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처음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가 정진후 위원장 등 시국선언을 주도한 본부 중앙집행위원들을 핵심 주동자로 고발했으며, 이에 따라 검찰 지휘를 받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라며 시국선언 수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교조 측과 교육계 일각에서는 '전교조 죽이기'가 본격화 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찰이 내세운 '시국선언 수사'는 명분일 뿐 15일로 예정된 2차 시국선언을 저지하려는 의도와 함께 새 정부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전교조를 초토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측은 그 근거로 경찰의 압수수색 내용을 들고 있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시국선언 관련 회의록 및 공문 사본 외에도 최근 전국대의원대회 참가자 명패 200여개와 전교조 인트라넷 서버 9대, 컴퓨터 4대, 본부 전임자 개인 수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본부 기물을 사실상 싹쓸이한 셈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경찰이 제시한 영장의 압수목록에는 시국선언 관련 자료 사본과 출력물로 한정되어 있는데도 시국선언과 상관이 없는 물품까지 가져간 것은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밖에 볼 수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등 다른 공무원 조직으로 집단행동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이 학계와 문화예술계 등 분야별로 잇따르는 상황에서 전교조가 공무원 조직 내에서 집단반발의 첫 단추를 끼웠고, 전공노와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등 공무원 노조 또한 시국선언을 추진하려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전격 압수수색 카드를 내밀었다는 해석이다.
앞으로의 관심사는 전교조 측의 대응이다. 전교조는 3일 정 위원장 주재로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경찰의 본부 압수수색을 조직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력 대응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5일 전국교사대회와 15일 2차 시국선언은 예정대로 강행하는 등 맞대응하겠다는 태세를 분명히 했다. 엄민용 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겠다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혀 시국선언으로 촉발된 정부와 전교조와의 갈등이 자칫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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